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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책방

280만 유튜버는 왜 재판장에서 고개를 숙였나?

by 제 4의 창 2026. 5. 17.

《마이크 너머의 그림자》는 꺼진 CCTV와 쓰러진 기업 대표, 그리고 정체 모를 녹취 파일에서 시작됩니다. 유튜버 김정민은 이 파일을 공개하며 대한민국을 두 개의 전쟁터로 갈라놓습니다. 법정과 여론, 두 무대에서 동시에 벌어진 치열한 싸움 속에서 편집된 녹취, 사라진 원본, 배신자의 증언이 드러납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목소리와 진실을 무기로 삼으려는 목소리가 충돌하는 순간,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https://youtu.be/QefoMKzYZ60

프롤로그

밤 열한 시.

서울 도심 한복판의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CCTV가 꺼져 있었습니다.

형광등 몇 개는 깜빡이고 있었고, 나머지는 이미 나가 있었습니다. 기계 환풍기 소리만이 콘크리트 벽을 타고 낮게 울렸습니다. 차들은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고, 사람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정확히 어느 시점에 카메라가 꺼졌는지는 나중에도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관리업체는 시스템 오류라고 했고, 경찰은 그 답변을 두 번이나 받아 적었습니다. 받아 적은 것으로 조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날 밤 그 주차장에서 한 남자가 쓰러졌습니다.

중견 건설기업 신원그룹의 대표 오세현. 나이 쉰두 살. 검찰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혼자였습니다.

발견 당시 그의 옆에는 고급 세단의 열린 운전석 문이 있었고,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습니다. 지갑은 그대로였습니다. 머리에는 둔기 충격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었고, 병원 이송 후 사흘 뒤 의식을 회복했으나 사건 당일의 기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를 단순 낙상 사고로 결론지었습니다.

그 결론을 두고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었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지하 주차장의 바닥은 평평했고, 낙상이 발생할 만한 턱이나 계단은 그 구역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틀 뒤, 인터넷에 파일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압축 파일 안에는 음성 녹취 세 개와 문서 열두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업로드 계정은 생성된 지 사흘밖에 안 된 익명 계정이었고, 아이디는 '그림자너머01'이었습니다.

파일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링크가 공유되고, 다운로드가 쏟아졌습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으로, 단체 채팅방에서 또 다른 채팅방으로. 사람들은 파일을 열기도 전에 공유했습니다. 무엇이 담겼는지 확인하기 전에 먼저 퍼뜨렸습니다. 그것이 시대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정민이 마이크 앞에 앉았습니다.

그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여론은 두 개의 전쟁터로 나뉘었습니다.


1장 — 폭로의 시작

구독자 이백팔십만 명.

평균 조회수 회당 삼백만 회.

유튜브 시사 채널 가운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구독되는 채널, '정민의 직격'.

그 채널의 얼굴인 김정민은 방송을 시작하기 전 항상 같은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마이크 앞에 앉아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눈을 감고, 열 초 동안 숨을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스태프들은 그 열 초가 김정민이 세상과 연결되는 시간이라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 열 초 동안 자신이 오늘 꺼낼 말의 무게를 다시 한번 가늠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말해야 한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한성방송에서 십 년 넘게 시사 프로그램 작가로 일했던 그는, 마흔한 살에 돌연 방송국을 떠났습니다. 퇴직 이유는 공식적으로 일신상의 사유였지만, 당시 방송국 내부에서는 경영진과의 편집 방향 충돌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마지막 날 밤 그가 짐을 챙기는 동안 보도국 불은 꺼져 있었고, 아무도 그를 배웅하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퇴직 후 반년 만에 독립 채널을 개설했고, 첫 영상을 올린 지 삼 년 만에 한성방송 시사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두려움을 팔아 권력을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둘 다 틀리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날 영상은 오전 열 시에 공개되었습니다. 섬네일에는 굵은 붉은 글씨로 단 세 단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직접.'

제목조차 없었습니다.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 비어 있음이 오히려 사람들을 끌어당겼습니다. 클릭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놓칠 것 같은 감각. 김정민은 그 감각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음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약간의 잡음이 섞인, 어딘가 실내에서 녹음된 듯한 소리였습니다. 에어컨 팬 소리인지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인지 분간이 안 되는 배경음이 녹취 위에 얇게 깔려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두 개였습니다. 한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고, 다른 목소리는 다소 긴장된 듯 높낮이가 불규칙했습니다. 녹취에는 특정 수사관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호칭과 함께, 수사 대상 기업에 불리한 진술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 그리고 그 대가로 수사 압박을 줄여주겠다는 뉘앙스의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김정민은 재생을 멈추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렌즈와 그의 눈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조명은 그의 얼굴 왼쪽에서 비스듬히 들어왔고, 오른쪽 눈 아래 작은 그림자가 졌습니다. 그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습니다.

"이 녹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러분은 이미 아실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세현 대표는 검찰 소환 하루 전날 쓰러졌습니다. 낙상 사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사흘 전, 그의 비서실장과 수사 관계자 사이에서 이 대화가 오갔습니다. 문서에는 수사 방향을 조율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협박인지 거래인지, 오늘 여러분과 함께 따져보려 합니다."

그는 잠시 멈췄습니다.

그 침묵이 이 초쯤 이어졌습니다.

오디오에서 이 초의 침묵은 매우 깁니다. 청중이 숨을 참을 만큼.

댓글창이 터졌습니다.

실시간 시청자 수가 영상 공개 삼십 분 만에 사십오만 명을 넘었습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세현', 2위에 '검찰 거래 녹취', 3위에 '김정민'이 올랐습니다. 뉴스 앱 알림이 전국 수백만 명의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울렸습니다.

그러나 그 폭발적인 반응 뒤편에서, 조용히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언론 전문 로펌 현진의 파트너 변호사 박홍희였습니다.

그녀는 사무실 열두 층 유리창 앞에 서 있었습니다. 서울 도심의 오전 풍경이 유리창에 비쳤고, 그 위로 모니터에 재생 중인 김정민의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녀는 창밖과 화면을 번갈아 보지 않았습니다. 오직 화면만 보았습니다.

"네. 봤습니다. 지금 바로 착수하겠습니다."

짧은 통화였습니다.

박홍희는 전화를 끊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녹취 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들었습니다.

두 번.

세 번.

네 번째 재생이 끝났을 때, 그녀의 볼펜은 멈춰 있었습니다. 노트 위에 쓰다 만 문장 끝에 잉크 자국이 번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자국 위에 천천히 네 글자를 눌러 적었습니다.

'편집 가능성'.

박홍희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 전까지 약 사 년간 전국 일간지 한양일보 사회부 기자로 일했습니다. 기자 시절 그녀는 두 건의 탐사보도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법조계로 전환한 것은 수상 이력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보도가 사실보다 빠를 때 누군가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그녀는 취재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 중 한 명은, 그녀가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은 십이 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김정민이 한성방송에 다니던 시절. 박홍희가 기자 배지를 달고 있던 시절. 두 사람이 같은 보도국 복도를 오가던 시절. 그리고 그 시절이 끝나던 날 밤의 일은, 두 사람 모두 아직 입 밖에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지 여섯 시간이 지났을 때, 중앙수사청 공보실에서 입장문이 나왔습니다.

내용은 간결했습니다. 해당 녹취 파일의 진위 여부는 확인 중이며, 외부에서 주장하는 수사 부당 거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장은 공식적이었고 온도는 낮았습니다. 관료적인 언어가 품는 특유의 거리감이 거기에도 있었습니다.

김정민은 그 입장문을 곧바로 방송에 올렸습니다.

"사실무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상하지 않습니까. 진위 확인 중이라고 했습니다. 확인도 안 됐는데 사실무근은 어떻게 압니까."

그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댓글창은 또 한 번 끓어올랐습니다. 웃음 이모티콘과 분노 이모티콘이 뒤섞였고, 그 사이사이로 확증 편향의 언어들이 빠르게 차올랐습니다. 이미 믿는 사람들은 더 확신했고, 이미 의심하는 사람들은 더 의심했습니다.

그날 밤, '정민의 직격' 채널의 구독자 수는 하루 만에 십이만 명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그 밤이 지나기 전에, 전직 탐사기자 출신 변호사 박홍희는 의뢰인과의 첫 면담을 마쳤습니다.

의뢰인은 수사 관계자가 아니었습니다.

의뢰인은 녹취 속 또 다른 목소리의 주인공, 오세현 대표의 비서실장 최규태였습니다.

면담실은 좁았습니다.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 형광등 불빛은 희고 차가웠습니다. 최규태는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습니다. 그의 손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박홍희 앞에 앉아 한 마디를 했습니다.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의 눈빛은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억울함의 분노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분노인지는, 그 순간의 박홍희도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노트를 펼쳤습니다. 볼펜 끝이 종이 위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이 시작되기 전, 그녀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것인가.


2장 — 사라진 원본 파일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간 것은 파일이 유출된 지 열사흘 뒤였습니다.

피고는 김정민. 혐의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원고는 최규태였습니다.

그러나 법정 안팎에서 이 재판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원고와 피고의 이름보다 더 큰 무언가를 이 재판에서 읽고 있었습니다.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한 신뢰. 유튜브 플랫폼에서의 발언이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인지. 편집된 녹취를 보도하는 행위가 언론의 역할인지 범죄인지.

서울중앙지방법원 427호 법정.

방청석은 첫날부터 꽉 찼습니다. 기자들이 맨 앞줄을 채웠고, 그 뒤로 일반 방청인들이 빼곡했습니다. 복도에까지 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법원 경비가 질서를 유지하려 했지만 흥분한 공기는 건물 전체에 퍼져 있었습니다. 이 재판은 법정 안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법정이 그것을 담는 그릇일 뿐이었습니다.

변호인 박홍희는 첫 준비기일부터 원본 파일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넷에 유포된 음성 파일은 피고 측이 직접 가공해 방송에 사용한 것입니다. 원본이 존재한다면, 원본과 방송 사용본 사이의 차이를 법원이 확인해야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정했습니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언어의 뒤편에 정렬시킨 것이었습니다. 그 차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경계가 법정 안에서도 느껴졌습니다.

검사 측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양측의 이해가 겹쳤습니다.

원본 파일.

그것이 이 재판의 첫 번째 핵심이었습니다.

김정민 측 변호인 이호진은 말했습니다.

"피고인은 유출된 파일을 그대로 방송에서 재생했습니다. 어떠한 편집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원본은 최초 유출 계정이 삭제되기 전 수백만 명이 직접 다운로드한 파일 그대로입니다."

박홍희가 반박했습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할 해시값 검증 결과를 제출하실 수 있습니까."

이호진은 잠시 멈췄습니다. 그 순간의 멈춤은 짧았지만, 법정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것을 느꼈습니다.

"현재 확보 중입니다."

박홍희는 서류를 내려놓았습니다.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법원에 요청드립니다. 디지털포렌식 전문 감정인을 선임하여 피고인이 방송에서 재생한 파일과 인터넷에 최초 유포된 파일 사이의 동일성 여부를 감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법원은 감정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나기까지 이 주일 동안, 김정민의 채널 안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광고주 세 곳이 협찬을 철회했습니다.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광고주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간접적인 연락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 곳이 같은 주에 동시에 철회했다는 사실은 우연으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채널의 핵심 작가 중 한 명인 장인하가 갑자기 퇴직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녀는 삼 년간 채널의 기획과 자료 조사를 담당했습니다. 그녀가 없으면 방송의 뼈대가 흔들렸습니다. 채널 내부에서는 그녀가 경쟁사의 스카우트를 받았다고 했고, 일부는 그녀가 압박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장인하 본인은 어느 쪽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퇴직 당일 그녀는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며 아무에게도 눈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김정민은 그 모든 것을 방송으로 공개했습니다.

"제 채널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협찬도 끊겼습니다. 이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독자들은 더 열광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그를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불렀습니다. 두 반응이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동시에 존재했고, 서로는 서로를 보지 않았습니다.


디지털포렌식 감정 결과가 나온 것은 감정 개시 열이틀 뒤였습니다.

법정은 조용했습니다.

감정인 오민준 박사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그는 국내 디지털포렌식 분야에서 열다섯 해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였습니다. 흰 셔츠에 안경을 쓴 그는 법정 안에서 가장 차분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가 차분할수록, 법정 안 다른 모든 사람의 긴장감은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감정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이 방송에서 재생한 파일과 인터넷 최초 유포 파일의 해시값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방청석이 술렁였습니다.

판사가 정리봉을 두드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두 파일 모두 동일한 원본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나, 인터넷 유포 파일 자체가 이미 원본 녹취에서 편집된 흔적이 있습니다. 내부 메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파일 생성 시점과 녹음 시점 사이에 약 사십 분의 간격이 있으며, 이 사이에 음성 데이터가 재조합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것은 폭풍 직전의 침묵이었습니다.

박홍희가 일어섰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습니다. 낮았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원본 파일은 어디에 있습니까."

오민준은 천천히 말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원본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저는 원본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즉, 피고인이 방송한 파일도, 인터넷에 유포된 파일도 모두 진짜 원본이 아닐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법정이 다시 술렁였습니다. 이번에는 더 크게.

이호진이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감정인께 묻겠습니다. 편집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편집이 맥락을 왜곡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편집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는 내용 자체가 허위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민준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안경 너머 눈이 한 번 깜빡였습니다.

"그것은 제 감정 범위 밖의 질문입니다. 저는 파일의 기술적 무결성을 감정했을 뿐, 내용의 진위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날 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서울 동작구의 한 주택에서 경찰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신고자는 익명이었습니다.

내용은 단 한 줄이었습니다.

'원본 녹취 파일을 갖고 있는 사람이 위험합니다.'

경찰은 출동했습니다.

텅 빈 집이었습니다. 신발장에 운동화가 한 켤레 있었고, 부엌 싱크대에 컵 하나가 엎어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최근까지 살았다는 흔적은 있었지만, 그 사람은 없었습니다. 창문은 잠겨 있었고, 도어락 기록에는 열두 시간 전 마지막 출입 기록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방 서랍 깊숙한 곳에 암호화 USB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종이 한 장이 접혀 있었고, 거기에 이름 하나가 적혀 있었습니다.

집주인의 이름은 장인하였습니다.


3장 — 여론이라는 법정

재판은 법정 안에서만 열리지 않았습니다.

유튜브가 두 번째 법정이었습니다.

김정민의 채널에서는 매일 오전 콘텐츠가 올라왔습니다. 재판 진행 상황 분석, 박홍희의 발언 반박, 오민준 감정인의 발언이 갖는 의미, 광고주 철회의 배후에 대한 추측. 그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때로는 감정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구성되었습니다. 촬영 구도는 항상 같았습니다. 낮은 조명. 마이크. 그리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눈.

그에 맞서는 채널도 있었습니다. 보수 성향 시사 채널 '대한의 목소리'는 김정민을 매일 정면 비판했고, 진보 성향 논평 채널 '민주의 광장'은 이 사건에서 검찰의 문제를 더 크게 다루었습니다. 중립을 표방하는 '팩트브리핑'은 매일 양측 주장을 병렬로 나열했고, 그것 자체가 특정 해석을 유도한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는 채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건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이 사건은 검찰 권력이 언론인을 탄압하려는 사건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이 사건은 무책임한 유튜버가 편집된 파일을 사실인 양 방송하여 무고한 사람의 명예를 짓밟은 사건이었습니다.

같은 녹취를, 같은 법정 기록을 두고 두 개의 세계가 공존했습니다. 그리고 두 세계는 서로를 향해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는 것이 박홍희였습니다.

그녀는 변호인으로서 원고를 대리했습니다. 그러나 그녀 안에는 기자였던 시절의 감각이 살아 있었습니다. 법정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여론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녀는 직관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읽은 것은 불안이었습니다.

여론이 피고 측에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여론이 재판보다 빠르게 판결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기 전에,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결론이 내려지고 있었습니다. 그 결론을 바꾸는 것이 법원의 판결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었습니다.


재판 3회 기일.

박홍희는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원고 측은 피고인의 방송이 단순한 시사 논평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해당 방송 전후 이십사 시간 동안 피고인과 그 제작팀이 특정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방송 편성 패턴을 분석한 자료를 제출합니다."

이호진이 즉각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방송 편성 패턴이 명예훼손 혐의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이것은 본안 사건과 무관한 자료입니다."

박홍희는 판사를 향해 말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정했습니다. 한 글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을 단일 방송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전 준비된 서사 구조 안에서 반복적으로 원고를 특정 프레임 안에 가두었습니다. 이것은 단순 보도가 아니라 의도된 여론 형성 행위입니다. 이 행위의 목적성을 입증하는 것이 본 증거의 역할입니다."

판사는 잠시 생각한 뒤 증거를 조건부로 채택했습니다.

이호진은 자리로 돌아가며 속으로 이를 갈았습니다. 박홍희가 단순한 명예훼손 소송을 여론 조작 사건으로 키우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피고인에게 훨씬 더 불리한 전략이었습니다. 명예훼손은 벌금으로 끝날 수 있지만, 여론 조작은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날 저녁, 장인하는 김정민의 사무실에 나타났습니다.

두 달 전까지 매일 오갔던 그 공간. 익숙한 냄새, 익숙한 조명, 익숙한 책상 배치. 그러나 그녀는 그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없는 사이 무언가가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김정민은 그녀를 의자에 앉혔습니다.

"어디 있었어."

"집에 있었어요. 경찰이 왔었어요."

"USB 때문에?"

장인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USB 안에 원본 녹취가 있어요. 제가 유출 전날 밤 제보자에게 받았어요. 그 사람이 제게 먼저 왔었거든요. 방송보다 저한테 먼저."

 

사무실 안에 잠깐 침묵이 들어왔습니다. 멀리서 도로 소음이 들렸습니다. 에어컨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김정민은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왜 나한테 먼저 말 안 했어."

장인하의 입술이 굳었습니다.

"원본을 들었을 때, 겁이 났어요."

"원본에 뭐가 있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대답 대신 그녀는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두 번째 USB였습니다.

그것이 테이블 위에 놓이는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그 작은 검은 물체가 방 안의 모든 것보다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4장 — 배신자의 증언

장인하가 가져온 USB 안에는 두 개의 파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유출 파일보다 오 분 이상 긴 음성 녹취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암호화된 문서였고, 암호를 아는 사람은 현재 장인하뿐이었습니다.

김정민은 녹취부터 들었습니다.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유출 파일에 담긴 부분과 동일한 내용이 먼저 나왔고, 그 뒤에 잘린 부분이 이어졌습니다.

잘린 부분에서 최규태의 목소리는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거래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쪽이 그런 조건을 먼저 제시했고, 저는 거절했습니다. 이 대화 자체가 제가 원한 게 아닙니다."

그 이후로도 대화는 이어졌지만, 내용은 이미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당혹스러워했고, 대화는 어색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치 계획한 것이 틀어진 사람의 목소리처럼.

김정민은 재생을 멈췄습니다.

오랜 침묵이 흘렀습니다. 사무실 창밖으로 서울의 밤이 깔려 있었습니다. 건물들의 불빛이 하나씩 꺼지고 있었습니다.

장인하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유출된 파일은 이 부분이 잘렸어요. 최규태가 거절하는 부분이 없어요. 그래서 녹취만 들으면 그가 거래에 응한 것처럼 들려요."

김정민은 천장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지나갔습니다. 그것이 당혹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두려움인지를 장인하는 읽지 못했습니다. 십 년 넘게 그의 표정을 봐온 사람조차도.

"제보자는 누구야."

"만난 적은 한 번뿐이에요. 이름은 안 알려줬고, 카페에서 만났어요. 파일을 건네주고 사라졌어요. 그 사람이 말했어요. 원본을 전부 방송하면 방송국이 위험해진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저도 몰랐어요. 처음에는."

장인하는 두 번째 파일의 암호를 입력했습니다. 손가락이 떨렸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감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문서가 열렸습니다.

그것은 내부 보고서였습니다. 발신처는 불명확했으나, 내용은 구체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주요 유튜브 채널들의 구독자 반응 패턴을 분석하고, 특정 주제의 보도가 어떤 정치적 효과를 낳는지를 수치로 정리한 보고서였습니다. 채널명이 나열되어 있었고, 각 채널별 여론 이동 속도와 감정 반응 비율이 그래프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 보고서 안에는 '정민의 직격' 채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고서 말미에는 특정 사건에 대한 채널들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 메모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그 메모에는 '오세현 사건 활용 방안'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김정민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게 진짜라면."

그는 말을 멈췄습니다. 문장을 완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진짜라면, 이 사건은 단순한 녹취 유출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이 사건을 처음부터 설계했다는 뜻이었습니다. 오세현의 사고를 전후로 파일을 유출하고, 특정 채널의 보도를 촉진시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설계.

그리고 그 설계 안에서, 김정민은 의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인물이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 사실이 주먹으로 맞은 것처럼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가져갔습니다.


법정에서 장인하는 증인으로 섰습니다.

원고 측이 신청한 증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증인석에 앉으며 방청석을 한 번도 보지 않았습니다. 시선은 정면을 향했고, 양손은 무릎 위에 얹혀 있었습니다.

박홍희가 신문을 시작했습니다.

"증인은 피고인의 방송 제작에 참여했습니까."

"네, 약 이 년간 핵심 작가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사건 관련 방송 준비에도 관여했습니까."

"일부 관여했습니다."

"녹취 파일을 방송 전에 확인했습니까."

장인하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 망설임이 이 초쯤 이어졌습니다.

"네."

"그 파일이 원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방송 전에 알고 있었습니까."

법정이 얼어붙었습니다.

이호진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증인에게 불리한 답변을 강요하는 질문입니다."

박홍희는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강요가 아닙니다. 증인은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습니다."

판사가 이의를 기각했습니다.

장인하는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고, 떨렸습니다. 하지만 끊기지 않았습니다.

"의심은 했습니다."

"의심을 했음에도 방송을 막지 않았습니까."

"저는 피고인에게 제가 아는 것을 모두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입니까."

장인하의 눈이 흔들렸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처음으로 방청석 쪽으로 향했다가, 다시 정면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무언가를 결심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가진 원본 파일이 오히려 더 위험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파일을 공개하면 제가 먼저 위험해질 것 같았습니다."

법정 밖에서, 이 소식은 열 분 만에 유튜브 실시간 알림으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김정민은 그 순간 채널 라이브를 켰습니다.

"지금 법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여러분께 직접 전합니다."

방송은 순식간에 실시간 시청자 팔십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김정민의 표정은 승리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팔십만 명 중에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장인하의 변호를 맡겠다는 변호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단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의뢰인은 본인이 직접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5장 — 검찰 내부 문건

원본 USB는 법원 감정실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감정실의 분석이 시작되기도 전에, 또 다른 파일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이번에는 업로드 계정의 이름이 달랐습니다. '내부자01'. 계정 생성 시각은 새벽 두 시 삼십칠 분이었습니다.

파일은 PDF 형식의 문서였습니다. 헤더에는 중앙수사청 내부 문건임을 나타내는 형식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워터마크도 있었습니다. 서류 번호도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형식을 갖춘 것이 오히려 진짜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아니면 그 반대였을 수도 있었습니다.

내용은 수사청 내부에서 오세현 사건과 관련한 수사 방향을 논의한 회의 메모였습니다. 그 안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수사팀 일부가 오세현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외부 압력을 받았다는 진술. 그 압력이 어느 정치 세력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암시하는 단어들. 그리고 그 세력이 오세현의 비서실장 최규태를 통해 내부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에 대한 언급.

최규태가 배후에 연루되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검찰 내부 문건에 존재했습니다.

그 문건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박홍희였습니다.

새벽 네 시였습니다. 그녀는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재판 준비가 길어졌고,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습니다. 화면을 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표정이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만약 이것이 진짜라면, 자신의 의뢰인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닐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조작된 것이라면, 누군가가 이 재판의 방향을 뒤집으려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두 가능성 사이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를 그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결백을 의심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복잡한 것은, 그 의심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재판 5회 기일.

박홍희는 아침부터 최규태와 긴 통화를 했습니다.

최규태는 문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했습니다. 목소리는 당혹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박홍희의 귀에는 무언가 다른 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오래 기자 생활을 한 사람의 감각이었습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와 진실을 말할 때, 목소리의 리듬이 다릅니다. 호흡의 위치가 다릅니다. 문장이 끝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것을 가르치는 교과서는 없습니다. 그냥 오래 들어야 합니다. 수백 명을 취재하고, 수백 건의 거짓말과 고백을 들어야 합니다.

최규태의 당혹은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의 말에는 구체적인 부분이 없었습니다.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 어디까지가 자신의 역할이었는지. 그의 부정은 전체를 부정하는 형식이었고, 그것이 때로는 가장 취약한 방어 방식이었습니다.

박홍희는 통화를 끊고 법원 복도를 걸었습니다. 구두 소리가 대리석 바닥에 울렸습니다. 형광등 빛이 지나치게 환했습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습니다.

박홍희보다 십 센티미터는 작은 체구의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회색 정장. 넥타이는 없었습니다. 눈빛은 날카로웠고, 걸음은 빨랐습니다.

그는 명함을 건넸습니다. 명함에는 중앙수사청 특수부 수사관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습니다.

"박 변호사님.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박홍희는 명함을 받아 들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말씀하세요."

"유출된 내부 문건 보셨습니까."

"인터넷에서 봤습니다."

"그것은 진짜입니다."

박홍희는 표정을 굳혔습니다.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문건을 유출한 사람이 지금 이 재판에서 증언할 예정입니다."

수사관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명함을 꾸벅 인사하고 복도를 걸어 사라졌습니다. 구두 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모퉁이를 돌자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박홍희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복도는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뢰인 최규태가 진짜 피해자인지, 아니면 이 거대한 정보전의 일부인지를 다시 처음부터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중앙수사청 내부에서 보직 이동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특수부 수사팀장 오창민이 교육 파견으로 전출되었습니다. 발표는 내부 인사로 처리되었으나, 타이밍은 이상했습니다. 대규모 재판이 진행 중인 시점에, 관련 수사팀장이 갑자기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관행과 달랐습니다.

이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전달한 것은 어느 언론사도 아니었습니다. 김정민의 채널이었습니다.

"특수부 수사팀장이 오늘 갑자기 전출되었습니다. 이 타이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러분이 판단하십시오."

조회수는 그날 밤 안에 이백만을 넘었습니다. 댓글 첫 줄에는 이런 말이 가장 많이 달렸습니다.

'역시 김정민이 옳았다.'

그 댓글을 쓴 사람 중 누구도 오창민의 전출이 왜 일어났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 타이밍이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과 일치했기 때문에, 그것이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6장 — 거짓말 탐지기

재판 7회 기일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피고인 김정민이 증인석에 섰습니다. 자신이 피고인 석이 아닌 증인석에 서는 것은, 그의 요청이었습니다. 이호진은 처음에 반대했습니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민은 고집했습니다.

"나는 숨지 않습니다."

그 말 한 마디가 이호진의 반대를 닫았습니다.

증인석에 앉은 김정민은 평소보다 조용해 보였습니다. 마이크 앞에 앉던 그가 아니었습니다.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청중도 없었습니다. 있는 것은 판사와 변호인과 검사와 방청객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그는 작아 보였습니다. 그것이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호진이 먼저 신문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번 방송을 제작하면서 파일의 진위를 확인하려 했습니까."

"네. 확인했습니다. 복수의 사이버보안 전문가에게 파일을 분석 의뢰했고, 편집 흔적이 없다는 결론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방송 당시 파일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알고 있었습니까."

"알지 못했습니다."

이호진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박홍희가 일어섰습니다. 그녀는 서류를 들지 않았습니다. 두 손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서류 없이 신문을 시작할 때, 그것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피고인은 유출 파일을 처음 받은 게 언제입니까."

"방송 이틀 전입니다."

"익명으로 받았습니까."

"네."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받은 파일을 이틀 만에 방송했습니까."

"저는 그 파일의 내용이 공익에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내용 자체입니다. 검찰 수사 관계자가 피수사자 측과 수사 관련 거래를 시도했다는 내용은 그 자체로 공익적입니다."

"그 내용이 편집된 것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법정 안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방청석에서 누군가 조용히 기침을 했습니다.

"생각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방청석이 술렁였습니다. 이호진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판사가 증인에게 말을 계속하도록 했습니다.

김정민은 천천히 말을 이었습니다.

"편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편집된 것이라 하더라도, 전달하려는 내용의 핵심, 즉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거래가 시도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다른 경로로도 확인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경로란 무엇입니까."

"내부 문건입니다. 당시 저는 녹취 외에도 수사청 내부 정보를 담은 문서를 제보받아 참고했습니다."

법정이 다시 긴장했습니다. 그 긴장은 이번에 더 날카로웠습니다.

박홍희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 문서는 지금 이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방송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용하지 않았다고 증거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그 문서를 지금 제출해주시겠습니까."

이호진이 거세게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재판장이 잠시 휴정을 선언했습니다.


복도에서 박홍희는 자신의 보조 변호인과 나지막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판사가 제출을 명령하면, 저 문서가 법정에 들어옵니다."

보조 변호인이 말했습니다.

"그게 좋은 일 아닌가요. 더 많은 증거가 나오면."

박홍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문서가 진짜 내부 문건이라면, 우리 의뢰인 최규태가 거기에 이름이 올라 있을 수 있습니다. 배후 세력과의 연루 가능성으로."

보조 변호인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의뢰인이."

"적어도 단순 피해자는 아닐 수 있습니다."

박홍희는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법원 건물 앞 광장에 취재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카메라들이 건물 출입구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재판에서 진짜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저는 아직도 모릅니다."


증인 신문의 하이라이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습니다.

재판 8회 기일, 새로운 증인이 섰습니다. 그는 인공지능 음성 분석 전문가 류태성이었습니다. 국내 음성 합성 기술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였습니다. 그는 증인석에 앉을 때 작은 노트북을 들고 왔습니다. 판사가 허용 여부를 물었고, 그는 데이터 시각화 자료 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노트북이 켜지는 순간, 법정 안의 모든 사람이 그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감정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본 USB에 담긴 음성과 인터넷 유포 파일의 음성을 분석한 결과, 두 파일에서 각각 다른 방식의 조작 가능성이 발견되었습니다."

법정이 완전히 조용해졌습니다. 그 조용함은 돌연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공기가 빠져나간 것처럼.

"유포 파일의 경우 명백한 편집 흔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본 USB의 경우, 특정 구간에서 음성 합성 기술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체 녹취가 인공 합성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특정 문장에서 발성 패턴이 해당 화자의 다른 구간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릅니다."

이호진이 일어섰습니다.

"즉, 원본 녹취 안에도 AI로 만든 목소리가 삽입되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능성입니다.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박홍희가 물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법정 전체가 들었습니다.

"그 가능성이 있는 구간이 어떤 내용입니까."

류태성은 천천히 말했습니다.

"최규태 씨가 거래를 거절하는 내용입니다."

순간, 법정 전체가 얼어붙었습니다.

유포 파일에서는 잘려나간 부분. 즉 최규태가 거래를 거절하는 장면. 그 장면이 원본에 추가되었을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가 원본을 조작했을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최규태는 억울하게 편집된 파일의 피해자인 동시에, 누군가가 인공 합성 음성으로 그를 무고한 피해자처럼 만들어낸 허구의 주인공일 수도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를, 그 법정의 누구도 그 순간 알 수 없었습니다.


7장 — 무너지는 진실

법정 밖은 폭발했습니다.

포털 뉴스 탑에는 '원본 녹취도 조작 가능성'이라는 제목이 올라왔습니다. 기사는 삼십 분 만에 댓글 이천 개를 넘었습니다. 언론사마다 앵글이 달랐습니다. 어떤 곳은 AI 음성 합성 기술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췄고, 어떤 곳은 최규태의 거짓 피해자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김정민의 채널 댓글창에는 혼란이 쏟아졌습니다.

'그럼 진짜 원본은 어디에 있는 거야?'

'최규태가 배후인 것 아니야?'

'김정민이 처음부터 이용당한 거잖아.'

'아니다, 이게 다 김정민을 잡으려는 음모야.'

'도대체 누가 거짓말하는 거야.'

댓글은 서로를 향해 싸웠습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 고함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문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안의 분노는 진짜였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김정민은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채널 개설 이래 단 한 번도 일주일 이상 방송을 쉬지 않았던 그가, 아무런 예고 없이 라이브를 끊었습니다. 공지도 없었습니다. 설명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영상이 올라온 날짜 밑에 그냥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공백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김정민은 그 열흘 동안 혼자 있었습니다.

그가 머문 곳은 서울이 아니었습니다. 경기도 외곽의 작은 원룸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으로 된 곳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그것이 그가 원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파일을 들었습니다.

유포 파일. 원본 USB. 내부 문건. 보고서. 그리고 자신이 방송에서 했던 말 하나하나를.

헤드폰을 쓰고 앉아서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커피도 없이. 창밖의 빛이 바뀌는 것을 보며.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얼마나 확신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결론 내렸는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결론을 믿었는지를. 그리고 그 믿음을 산 것이 진실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이 진실이라 믿었던 이야기의 구조였는지를.

한성방송을 떠나던 날 밤이 떠올랐습니다.

보도국 불이 꺼져 있던 것. 아무도 배웅하지 않았던 것.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던 것.

그때 그가 떠난 것은 옳음 때문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자신은 그렇게 믿었습니다.

지금도 그 믿음은 유효한가.

그 질문에 그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박홍희도 그 열흘을 힘들게 보냈습니다.

최규태는 그녀에게 더 이상 새로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몇 번을 다시 물어봐도, 그는 처음부터 같은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자신은 어떠한 거래도 시도하지 않았다. 자신은 어떠한 세력과도 연루되지 않았다. 자신은 피해자다.

박홍희는 그 말들을 들으며 자신의 오래된 감각과 싸웠습니다. 기자였던 자신과 변호인인 자신이 같은 공간에서 충돌했습니다. 기자는 의심했습니다. 변호인은 믿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녀는 열두 해 전 기억을 꺼냈습니다.

한성방송 보도국. 야근이 끝난 새벽. 형광등 몇 개만 켜져 있던 긴 복도. 그 복도 끝에 김정민이 서 있었습니다.

그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았습니다. 말이 없었습니다. 그녀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 복도에서 서로를 바라보다가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날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방송국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법원으로 갔습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그녀는 이 재판이 끝나기 전에 마주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재판 10회 기일.

검찰 측에서 갑작스럽게 수사기록 일부를 법원에 직접 제출했습니다. 원고도 피고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제출이었습니다. 이호진의 눈이 즉각 날카로워졌습니다. 박홍희의 손이 서류 위에서 멈췄습니다.

내용은 오세현 대표의 의식 회복 이후 진행된 진술 조서였습니다.

오세현은 사고 당일의 기억을 완전히 잃었다고 진술했으나, 사고 사흘 전 특정인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것은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그 특정인의 이름이 조서에 적혀 있었습니다.

판사가 조서를 읽었습니다. 법정은 고요했습니다. 판사의 눈이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멈췄습니다.

그 이름은 최규태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 옆에는 다른 이름도 있었습니다.

장인하.

방청석의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소리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바뀌었습니다.

장인하는 피고 측 전 작가였습니다. 오세현의 사고 사흘 전에 그녀가 오세현의 비서실장에게 연락했다는 기록이 검찰 수사 조서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호진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박홍희도 표정을 잃었습니다. 법정 안의 어느 누구도, 이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들이 연결되는 순간, 이 재판은 완전히 다른 사건이 되었습니다.


8장 — 최후의 판결

재판 마지막 기일까지 모두 열세 번의 기일이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밝혀진 것들과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뒤섞였습니다. 법정은 그것들을 모두 담으려 했지만, 법정이 담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밝혀진 것들.

유포 파일은 원본에서 편집되었습니다. 편집 방향은 최규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짜여 있었습니다. 원본 USB에도 특정 구간에 음성 합성 가능성이 있었으나, 완전한 조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장인하는 오세현 사고 사흘 전 최규태에게 연락했으나, 그 연락의 성격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오세현의 사고는 수사가 재개되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검찰 내부 문건 유출자는 끝내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누가 파일을 처음 설계하여 유출했는지, 즉 이 모든 정보전의 기획자가 누구인지는 이 재판에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것들.

김정민이 파일의 불완전성을 의심하면서도 방송한 것이 공익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그 또한 설계된 서사 안에서 이용당한 것인지. 최규태가 진짜 피해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지우기 위해 일부러 더 유리한 방향의 원본 조작을 의뢰한 가담자인지. 장인하가 어느 쪽을 위해 일한 것인지. 그리고 보고서에 적힌 '여론 설계 주체'가 누구인지.

이 재판은 그 질문들에 답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답하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최후 변론.

방청석은 처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서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법원 앞 광장에는 서로 다른 구호를 외치는 두 집단이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가 건물 안까지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검사가 먼저 정리했습니다.

"피고인은 파일의 진위에 대한 의심이 있었음을 본인이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백팔십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에서 편집된 녹취를 사실인 양 방송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이는 공익 목적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될 수 없는 언론 범죄입니다."

이호진이 반박했습니다.

"피고인은 공익적 사안에 대해 입수 가능한 자료를 검토하여 방송했습니다. 편집 여부를 사전에 완전히 입증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입니다. 이 재판에서 오히려 드러난 것은, 편집된 파일을 누가, 왜 만들었느냐입니다. 그 배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만을 단죄하는 것은 불공정합니다."

박홍희가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그녀는 평소보다 천천히 말했습니다.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말하는 사람의 속도였습니다.

"재판장님. 이 재판은 명예훼손 사건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드러난 것은, 대한민국의 정보 유통 구조 안에서 누군가가 사실을 설계할 수 있다는 현실입니다. 파일은 편집되었습니다. 원본도 온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이백팔십만 명의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피고인이 그 서사를 이용했는지 이용당했는지는 이 법정에서도 최종적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그 책임의 소재를 이 법정이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법정 안에 잠깐의 침묵이 있었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창밖의 군중 소리가 다시 한 번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427호 법정.

재판장 황인택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방청석은 조용했습니다. 이 재판을 중계하던 모든 라이브 채널도 소리를 낮췄습니다. 수십만 명이 각자의 화면 앞에서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피고인 김정민에 대한 판결을 선고합니다."

판사의 목소리는 건조했습니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들어갈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 언어였습니다.

"본 법원은 피고인이 방송에서 사용한 음성 파일이 편집된 것임을 방송 전에 완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피고인의 방송이 공적 사안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합니다."

방청석에서 작은 숨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불확실한 정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대규모 청중에게 특정인을 지목하여 부당 거래 당사자로 단정 짓는 방송을 한 것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피고인에게 벌금 오천만 원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원고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삼천만 원의 지급을 명합니다."

판결문 낭독이 끝났습니다.

법정 안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습니다. 유죄이지만 구금은 없었습니다. 무죄도 아니지만 범죄자도 아니었습니다. 그 경계 위에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호진은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박홍희는 판결문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습니다. 승리의 표정도 아니었고, 패배의 표정도 아니었습니다.

김정민은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카메라를 마주했습니다.

수십 개의 카메라가 그를 향했습니다. 조명이 그의 얼굴을 하얗게 밝혔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걸어갔습니다.


에필로그

판결이 나고 나흘 뒤.

김정민은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새 영상의 섬네일에는 아무 글씨도 없었습니다. 오직 검은 배경 위에 마이크 하나만 있었습니다. 그 마이크는 켜져 있었지만 아무것도 담지 않은 채 서 있었습니다.

그는 화면 앞에 앉아 열 초 동안 눈을 감았습니다. 평소와 같은 열 초였습니다. 그러나 그 열 초가 예전과 같은 열 초는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틀릴 수 있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이번에는 조금 흔들렸습니다. 그는 그것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파일이 진실을 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무책임했는지, 아니면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지는, 저도 아직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저는 그 방송 이후 이백팔십만 명이 움직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화를 냈고, 옹호했고, 비난했고, 환호했습니다. 그 감정들이 진짜였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런데 그 감정들이 향한 사실이 완전한 사실이었는지를, 저는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그는 다시 침묵했습니다.

그 침묵은 길었습니다. 편집되지 않은 채로, 그 길이 그대로 방송에 남았습니다. 삼십 초. 일 분. 카메라는 끊기지 않았습니다.

구독자들은 댓글창에서 기다렸습니다. 몇몇은 환호했습니다. 몇몇은 배신감을 표했습니다. 몇몇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박홍희는 그날 저녁 사무실에서 혼자 있었습니다.

모두가 퇴근한 뒤였습니다. 조명은 책상 하나만 켜져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어두웠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기자 시절 취재 노트를 꺼냈습니다.

열두 해 전의 메모들이 담긴 낡은 노트였습니다. 표지가 닳아 있었고, 볼펜 자국이 겹겹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한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이름 두 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워져 있었습니다. 완전히. 볼펜으로 반복해서 긁어낸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름 옆에는 물음표 하나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지금의 이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그녀는 아직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확신을 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노트를 덮었습니다.


오세현은 그 무렵 요양 중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창밖으로 산이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그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사고 이후 부분적으로 회복된 그는, 어느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짧게 답했습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하지만 억울함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것이 가장 억울한 일입니다."

그 말을 받아 적은 기자는 기사를 쓰다가 멈췄습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연출인지를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기사는 쓰지 않았습니다.


장인하는 서울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본 사람은 그녀의 어머니였고, 어머니는 기자들에게 이렇게만 말했습니다.

"잘 지내고 있을 거예요."

어머니의 목소리는 담담했습니다. 그러나 눈빛은 달랐습니다.

기자는 더 묻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도,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건이 올라왔습니다. 새로운 녹취가 유출되었습니다. 새로운 유튜버가 마이크 앞에 앉았습니다. 그의 섬네일에는 굵은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열 초 동안 눈을 감는 습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여론은 다시 두 개의 전쟁터로 나뉘었습니다.

누군가는 진실이라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조작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더 확실하게 믿게 해주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방식이었습니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발달시킨, 가장 오래된 방어 본능이었습니다.

마이크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편집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클릭하는 한.


《마이크 너머의 그림자》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