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역사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1841년 봄, 에드거 앨런 포라는 한 미국 작가가 그 문을 열었습니다.
작품의 이름은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인류 최초의 추리소설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빛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이성과 논리로 어둠을 헤치는 탐정이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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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장 사건의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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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밤은 낮과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낮에는 꽃을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와 마차 바퀴 소리,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악기 선율로 가득 차지만, 밤이 되면 도시는 다른 숨결을 내쉽니다. 골목마다 가스등이 흔들리고, 센 강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이 석조 건물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낮의 환성이 사라진 자리에 고요함이 깔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도시의 숨겨진 얼굴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1830년대 후반의 파리는 변화와 혼란이 공존하는 도시였습니다. 혁명의 기억이 아직 거리 곳곳에 배어 있었고, 근대화의 물결이 오래된 골목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부유한 상인과 가난한 노동자가 같은 거리를 걸었고, 귀족의 저택과 허름한 셋방이 몇 블록 간격으로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이 도시는 영광스럽고도 어두웠습니다. 아름답고도 위험했습니다.
모르그 가는 파리의 구도심 깊숙한 곳에 자리한 좁은 길이었습니다. 사람 두 명이 나란히 걷기도 비좁을 만큼 폭이 좁았고, 양쪽으로 들어선 석조 건물들이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그늘이 짙게 드리웠습니다. 이 골목을 매일 지나다니는 사람들조차 건물의 숫자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가 드물었습니다. 그만큼 모르그 가는 도시 속에서 잊힌 장소였습니다. 지도에는 나와 있어도, 기억 속에서는 지워진 곳.
그 잊힌 골목의 한 건물에서 레스파네 모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레스파네 부인은 예순넷의 나이로, 오래전 남편을 여의고 딸과 단둘이 조용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웃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고, 바깥 출입도 극히 드물었습니다. 가끔 장을 보러 나오거나 은행 업무를 위해 외출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나마도 늘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다녔습니다. 딸 카밀르는 스물다섯 살이었고, 어머니와 함께 이 건물의 사층에 거주하며 바깥세상과는 거의 단절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두 여인이 정확히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과거를 품고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1839년 어느 여름날 새벽, 이 조용한 두 여인의 이름이 갑자기 파리 전체에 울려 퍼지게 됩니다.
그날 밤은 유난히 고요했습니다. 늦은 시각까지 이어지던 빗소리도 자정 무렵 그쳤고, 거리에는 귀가하는 취객들의 발소리조차 사라져 있었습니다. 모르그 가 역시 고요했습니다. 건물 사층에서 새어 나오던 희미한 불빛도 밤 열한 시쯤 꺼졌고, 그 이후로 골목은 완전한 어둠 속에 잠겼습니다.
새벽 네 시가 막 지났을 무렵, 그 정적이 깨졌습니다.
건물 사층에서 갑자기 귀를 찢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반복적으로, 그러나 점점 잦아드는 방식으로 그 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비명 소리와 함께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거운 물건이 쓰러지는 굉음,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무언가를 잡아당기거나 끌어당기는 둔탁한 소리가 뒤섞였습니다.
이웃 주민들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아래층에 사는 재단사는 서둘러 창문을 열었습니다. 길 건너 셋방에 살던 노인은 귀를 기울이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위층에서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던 주민 몇 명이 건물 정문 앞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두드려도 소리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은 완전히 멈추었습니다. 더 무거운 침묵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이웃 주민들 사이에서 경찰을 부르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누군가 급히 달려가 경관을 데려왔고, 그로부터 얼마 후 경찰관 네댓 명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들도 잠긴 정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경찰관들은 문을 어깨로 밀어붙였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정문이 굉음을 내며 안쪽으로 넘어졌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는 길은 조용했습니다. 일층, 이층, 삼층을 지나는 동안 어느 층에서도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를 찌르는 냄새가 점점 강해졌습니다. 금속성의, 짙고 불쾌한 냄새. 경험 있는 경찰관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즉시 알아차렸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층 복도는 어두웠습니다. 누군가 들고 있던 초불이 좁은 공간을 불안정하게 밝혔습니다. 복도 끝에 있는 방문 앞에서 일행은 멈추었습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문 아래 틈새로 그 냄새가 더욱 진하게 새어 나왔습니다. 경찰관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습니다.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문에 어깨를 들이받았고, 두 번, 세 번 만에 문이 안쪽으로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은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광경과 마주했습니다.
방은 완전히 박살 나 있었습니다. 가구들이 뒤집어지고 산산조각 나 있었습니다. 의자의 다리가 부러져 바닥에 뒹굴었고, 두꺼운 서랍장이 앞으로 쓰러진 채 내용물을 사방에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침대는 뒤집어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 상태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고, 시트와 이불이 온통 검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벽에도 천장에도 그 얼룩이 튀어 있었습니다. 거울은 산산조각 나 있었고, 유리 파편들이 바닥에 촘촘히 깔려 있었습니다.
방 안에서 첫 번째 시신이 발견된 것은 벽난로 근처였습니다. 레스파네 부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목 부위에 극심한 손상이 가해져 있었습니다. 의사가 나중에 검시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외력의 강도가 매우 높아 목뼈 일부가 이미 분리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범행 도구가 무엇이었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손상이었습니다.
두 번째 시신은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되었습니다. 처음 방을 살펴본 경찰관들은 딸 카밀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방에는 레스파네 부인의 시신만 있었습니다. 딸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탈출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경찰관들이 방 안을 더 꼼꼼하게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카밀르의 시신은 굴뚝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방 안에 있는 작은 벽난로의 굴뚝 속으로 머리가 아래를 향한 채 거꾸로 밀어 넣어진 상태였습니다. 발견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했고, 꺼내는 과정 자체가 매우 힘겨웠습니다. 굴뚝의 폭은 성인이 지나가기에 너무 좁았습니다. 그런 좁은 공간에 성인 여성의 몸이 거꾸로 밀어 넣어져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무언가가 이 일을 저질렀다는 뜻이었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경찰관들은 말을 잃었습니다. 오랜 경험을 가진 베테랑 경관들조차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범행의 흔적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방의 상태였습니다. 방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창문들도 모두 닫혀 있었고, 잠금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벽에는 비밀 통로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굴뚝은 인간이 출입하기에 너무 좁았습니다. 범인이 들어와서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나서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방은 안에서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죽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 사건의 소식은 파리 전역에 퍼졌습니다. 신문들은 앞다투어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시민들은 경악했습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추측도 그 봉인된 방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습니다. 파리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단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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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장 수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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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경찰청장 게랭은 즉시 수사를 진두지휘했습니다.
사건의 심각성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했습니다. 두 여성이 자택에서 극히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되었습니다. 범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은 봉인된 것처럼 잠겨 있었습니다. 파리 시민들은 불안해했고, 신문들은 매일 사건을 크게 다루었습니다. 경찰에 대한 압박이 거셌습니다.
수사관들이 현장을 재차 검증했습니다. 방 안을 샅샅이 조사하고,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진술을 청취했습니다. 법의학자가 시신을 검시했고, 건물 전체를 다시 점검했습니다.
법의학 검시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마담 레스파네의 사인은 목 부위에 가해진 극단적인 외력이었습니다. 단순한 타격이나 졸림이 아니었습니다. 목뼈가 분리될 정도의 힘이 직접 가해진 것이었고, 그 힘의 강도는 통상적인 인간의 근력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카밀르의 경우에는 질식이 사인이었습니다. 굴뚝 속에 억지로 밀어 넣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고, 그 행위 자체에도 상당한 힘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소견이 따랐습니다. 두 경우 모두, 힘의 출처가 의문이었습니다.
목격자 진술도 수집되었습니다. 그날 새벽 소리를 들었던 이웃 주민 여덟 명이 경찰의 질문에 응했습니다. 이들의 진술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것은 두 가지 목소리였습니다. 한 목소리는 거칠고 낮게 울리는 것이었으며, 다른 목소리는 더 날카롭고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목소리에 대한 진술에서 기묘한 불일치가 나타났습니다. 진술자 여덟 명 모두 그 목소리가 자신이 모르는 언어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언어인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달랐습니다. 에스파냐어 같다고 한 사람, 독일어처럼 들렸다고 한 사람, 이탈리아어라고 생각했다는 사람, 영어일 것이라고 한 사람, 러시아어 같았다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에스파냐어를 아는 사람, 독일어를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 들어본 적 없는 언어처럼 들렸지만, 어느 언어인지 특정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외국어를 거론한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목소리, 거칠고 낮은 목소리에 대해서는 모두가 프랑스어를 사용했다고 일치하여 진술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내뱉은 말도 일부 기억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들린 단어는 사크레와 디아블르였습니다. 각각 신성한이라는 뜻과 악마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욕설에 가까운 표현들이었습니다.
이 진술들만으로는 사건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어떤 가설도 봉인된 방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범인이 창문으로 탈출했다는 가설, 지붕을 타고 달아났다는 가설, 비밀 통로가 있다는 가설까지 등장했지만 실제로 확인한 결과 어느 것도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창문은 모두 내부에서 잠겨 있었고, 지붕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없었으며, 비밀 문이나 숨겨진 통로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사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경찰이 이렇게 고전하고 있던 무렵, 나는 파리에서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인물과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뒤팽을 처음 만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파리의 한 고서점에서 같은 희귀본을 찾다가 마주쳤습니다. 나는 책을 찾고 있었고, 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함께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미국인이었고 뒤팽은 파리 출신의 프랑스인이었지만, 언어의 장벽보다 지적 호기심이 더 강하게 우리를 이어주었습니다.
뒤팽은 사람을 쉽게 열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말수가 적었고, 사교 모임을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그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눈이 달라지고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그는 문제를 단순히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문제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내부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접근했습니다. 나는 그의 그런 면모를 자주 보았고, 볼 때마다 어떤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뒤팽이 모르그 가의 사건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사건이 신문에 보도된 지 사흘째 되는 날 저녁이었습니다. 그는 기사를 읽고 있던 내게 아무런 맥락 없이 물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경찰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뒤팽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습니다. 보통의 방법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일수록 올바른 방법으로 접근했을 때 해답이 오히려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법입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뒤팽의 눈빛이 이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 다음 날, 경찰청장 게랭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였고, 게랭은 체면을 굽히고서라도 실마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현장 방문이 허락되었습니다.
우리가 모르그 가에 도착한 것은 오후였습니다. 골목은 낮에도 어두웠습니다. 양쪽 건물들이 하늘을 좁게 가린 탓에 햇빛이 바닥까지 닿지 못했습니다. 건물 정문에는 경찰의 봉인이 붙어 있었고, 출입을 통제하는 경관이 한 명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발길을 늦추며 건물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뒤팽은 아무런 말도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는 벽을 만져보고, 바닥을 살폈으며,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그는 하나하나 확인하며 올라갔습니다. 나는 그를 따라가면서 그가 무엇을 찾는지 가늠하려 했지만, 그의 의도를 읽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층에 도착해서도 그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방문 앞에서 잠시 멈추어 문의 상태를 살폈고, 문 주변의 벽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그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하듯 시선을 넓게 움직였습니다.
나는 방의 참상에 다시 한번 압도되었습니다. 수사관들이 이미 여러 번 다녀갔음에도 방의 상태는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뒤집어진 가구들, 부서진 물건들, 벽에 남아 있는 얼룩들. 공기 속에는 아직 그 냄새가 남아 있었습니다.
뒤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방 안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창문으로 다가가 잠금 상태를 확인했고, 벽난로 주변을 살펴보았으며,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발로 조심스럽게 밀어보기도 했습니다. 그의 눈길이 오래 머무는 곳이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한 시간 가까운 조사가 끝났을 때 뒤팽은 조용히 방을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습니다. 마차 안에서도, 집에 도착한 뒤에도 그는 오랫동안 침묵 속에 머물렀습니다.
그날 밤, 파이프를 손에 든 채 창가에 서 있던 뒤팽이 처음으로 말을 꺼냈습니다. 창문 잠금장치를 보셨습니까. 나는 잠겨 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뒤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잠겨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잠겨 있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나는 그 의미를 묻고 싶었지만, 그는 이미 눈을 감고 사색에 잠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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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3장 단서의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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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뒤팽은 일찍 일어나 서재에 있었습니다.
내가 서재로 들어섰을 때 그는 이미 몇 권의 책을 꺼내어 책상 위에 펼쳐놓은 채였습니다. 커피 한 잔이 식어가는 것도 모르는 듯, 그는 책장을 빠르게 넘기다가 무언가를 발견하면 멈추어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어젯밤부터 보이기 시작한 그 집중된 빛이 더욱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앉아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뒤팽이 이런 상태에 있을 때 그의 사고는 매우 섬세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한참 뒤 그가 책을 덮으며 말했습니다. 어제 방문에서 몇 가지 중요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는 창문에 관한 것입니다.
뒤팽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방에는 창문이 두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앞쪽 골목을 향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물 뒤편을 향한 것입니다. 경찰은 두 창문이 모두 내부에서 잠겨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따라서 창문을 통한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뒤팽은 경찰이 잠금 상태만 확인했을 뿐, 잠금 장치 자체의 상태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뒤쪽 창문의 잠금 장치에 주목했습니다. 그 창문의 잠금용 스프링 걸쇠가 오래되어 제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외부에서 창문을 닫으면, 걸쇠가 자동으로 걸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누군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뒤 창문을 당겨 닫으면 내부에서 잠근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잠겨 있다는 결론만 내렸고, 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렇다 해도 창문을 통해 어떻게 내려갈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사층이었습니다. 창문 밖은 수직 석조 벽면이었습니다.
뒤팽은 그것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뒤쪽 창문 옆에는 피뢰침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창문에서 피뢰침까지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피뢰침은 지면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충분한 힘과 민첩성만 있다면 그것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라면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석조 건물 사층 높이의 피뢰침을 맨손으로 타고 내려가는 것은 극도의 근력과 몸놀림을 필요로 했습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때 뒤팽이 두 번째로 주목한 것을 꺼냈습니다. 그는 어제 방 안에서 무언가를 수거해 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종이에 싸여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책상 위에 펼쳤습니다.
굵고 이상한 색의 털 몇 가닥이었습니다. 길고 뻣뻣했으며, 색은 황갈색과 회색이 뒤섞인 듯한 독특한 빛이었습니다. 나는 처음에 그것이 무슨 털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개나 고양이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너무 굵고 너무 길었으며, 질감이 달랐습니다.
뒤팽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다 하나의 삽화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그는 책을 내 쪽으로 돌려 보여주었습니다. 자연사에 관한 책이었고, 그 페이지에는 오랑우탄에 관한 설명과 함께 그 털의 특성에 대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털의 형태, 색, 질감이 그가 방에서 수거한 것과 일치했습니다.
나는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방 안에서 오랑우탄의 털이 나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이 사건과 연결되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뒤팽은 내 표정을 보고 잠시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아직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창문 잠금 장치와 피뢰침, 그리고 이 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사건의 윤곽이 달라집니다.
나는 그 의미를 곱씹었습니다. 창문으로 나간 무언가. 피뢰침을 타고 내려갈 수 있는 힘과 민첩성. 오랑우탄의 털. 이 세 가지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뒤팽은 이미 다시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뒤팽은 다시 목격자 진술 기록을 꺼냈습니다. 경찰이 제공한 여덟 명의 진술을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었습니다. 나도 함께 읽었습니다.
두 목소리에 관한 내용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거칠고 낮은 첫 번째 목소리가 프랑스어로 사크레와 디아블르를 외쳤다는 것. 두 번째 목소리는 날카롭고 빠른 것으로, 여덟 명 모두 알 수 없는 외국어처럼 들렸다고 진술했다는 것.
그러나 뒤팽이 주목한 것은 그 두 번째 목소리에 대한 진술의 구체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에스파냐어처럼 들렸다고 한 사람. 그런데 그 진술자는 에스파냐어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독일어처럼 들렸다고 한 사람. 독일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했습니다. 이탈리아어라고 생각한 사람. 이탈리아어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진술한 것은 사실 특정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자신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설명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두 번째 목소리는 어떤 언어도 아닐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인간의 언어처럼 들리면서도 언어가 아닌 무언가.
뒤팽은 목격자 진술서를 덮으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여덟 명이 여덟 가지 언어를 댔습니다. 그러나 어떤 진술자도 자신이 말한 그 언어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단서입니다.
나는 그 말을 생각했습니다. 어느 언어도 아닌 소리. 언어처럼 들리지만 언어가 아닌 것. 그것과 오랑우탄 털이 함께 놓이는 순간, 무언가가 어렴풋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불분명했습니다. 조각들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맞춰지는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뒤팽은 그날 저녁 늦게까지 동물학 서적과 자연사 기록들을 꼼꼼하게 살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옆에서 조용히 그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방 안에 어둠이 내려앉고 초의 빛만이 책상 위를 밝힐 때도, 뒤팽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뒤팽이 제시한 단서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창문의 잠금 장치, 피뢰침, 오랑우탄의 털, 그리고 어느 나라 말도 아닌 날카로운 소리. 이것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벗어난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파리에 온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이 도시가 여전히 낯설다고 느끼는 때가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들, 석조 건물들의 두꺼운 벽, 가스등 아래에서 빠르게 오가는 사람들. 이 도시 안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사건은 그 모르는 것들 중에서 가장 기묘한 것과 나를 마주 세우고 있었습니다.
뒤팽은 단서를 보았을 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나는 종종 궁금했습니다. 그는 정보들을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낱낱의 사실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형태로 배열되는지, 그것이 어떻게 전체 그림이 되는지. 나는 그것을 직접 볼 수 없었지만, 결과물을 통해 그 과정이 얼마나 정밀한 것인지를 느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뒤팽의 서재를 다시 들여다보았을 때, 그는 이미 결론에 가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책 위에 적어놓은 짧은 메모들, 여러 페이지에 끼워놓은 종이 표시들.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지만, 뒤팽의 눈빛이 다른 날보다 훨씬 또렷하다는 것은 알았습니다. 무언가를 거의 잡아가고 있는 사람의 눈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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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4장 잘못된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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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째 되는 날, 파리 경찰은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신문들은 일제히 그 소식을 1면에 실었습니다. 체포된 인물의 이름은 아돌프 르봉. 레스파네 모녀가 거래하던 은행의 직원으로, 사건 발생 직전 은행에서 상당량의 금화를 인출하여 두 여인에게 직접 전달한 인물이었습니다. 경찰의 논리는 이러했습니다. 르봉은 그 금화를 탈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금화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시민들은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소식에 안도했습니다. 신문들은 경찰의 빠른 수사를 칭찬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론처럼 보였습니다. 금전적 동기. 마지막으로 두 여인을 만난 인물. 현장에서 금화가 사라진 것.
그러나 뒤팽은 그 발표를 읽고 난 뒤 신문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경찰이 아주 편리한 결론을 선택했군요.
나는 무슨 의미인지 물었습니다. 뒤팽은 차분하게 설명했습니다. 르봉이 금화를 전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금화는 사건 발생 후 수색 과정에서 다른 장소에서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이미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방 안 다른 곳에 있었던 것입니다. 금전 탈취 동기는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르봉이 실제 범인이라면, 그는 어떻게 방 안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빠져나갔는지 설명되어야 했습니다. 방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찰의 발표 어디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봉인된 방의 수수께끼를 건너뛴 채 결론만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뒤팽은 말을 이었습니다. 수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편리한 답을 진실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동기가 있고 기회가 있어 보이는 인물이 반드시 범인인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불가능한 것들을 먼저 제거하는 것입니다. 불가능한 것들을 모두 제거하고 남은 것이, 아무리 믿기 어렵더라도 그것이 진실이어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경찰이 저지른 오류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수사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은 자신이 익숙한 틀 안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범죄 수사에서 그 틀이란 대개 인간 중심의 논리입니다. 범인은 사람이어야 하고, 동기는 이해 가능한 것이어야 하며, 수법은 사람이 실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수사의 출발점이 됩니다. 경찰이 봉인된 방 앞에서 막힌 이유도, 그 전제 안에서 답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뒤팽의 접근은 달랐습니다. 그는 전제 없이 시작했습니다. 사실이 무엇인지, 현장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먼저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갔습니다. 설령 그 방향이 낯선 곳을 향하더라도, 사실이 그쪽을 향하고 있다면 그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습니다. 이것이 그와 경찰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나는 그 논리가 지닌 힘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뒤팽이 이미 어떤 방향으로 생각이 기울어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불가능한 것들을 제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매우 낯설고 놀라운 무언가였습니다.
경찰의 발표가 있던 그 무렵, 파리 사교계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퍼져나갔습니다. 건물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 마담 레스파네가 사실 비밀 결사의 구성원이었다는 억측, 딸 카밀르가 이미 오래전부터 위험에 처해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카페와 시장 곳곳에서 오갔습니다.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도시 특유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진지한 수수께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잠긴 방. 빠져나간 무언가. 인간의 힘을 넘어선 것처럼 보이는 폭력의 흔적.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나 존재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르봉이 구속되어 있는 동안, 나는 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두 여인에게 금화를 전달한 은행 직원이었습니다. 직업에 충실하게 고객의 요청을 처리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왜 구금되었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낯선 혐의를 뒤집어쓴 상태로 갇혀 있었습니다. 경찰이 만들어낸 이야기 안에서 그는 편리한 용의자의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그는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뒤팽은 르봉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습니다. 그것이 그가 이 사건에 관심을 기울인 또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수사 방식에서 그 개인적 연결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르봉을 구하기 위해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면 르봉은 자연스럽게 석방될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올바른 수사의 결과였지, 특정인을 위한 수사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그 구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뒤팽의 태도에서 배웠습니다.
뒤팽은 르봉의 체포 소식이 나온 날 이후 며칠 동안 특별히 외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멀리 창밖을 바라보거나, 파이프를 피우며 침묵 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이 무기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나는 알았습니다. 그것은 집중의 침묵이었습니다. 내면 어딘가에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는 상태.
어느 날 저녁, 그는 불현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봉인된 방이라는 전제가 과연 올바른지 다시 따져보아야 합니다. 경찰은 방이 잠겨 있었기 때문에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잠겨 있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며칠 전 뒤팽이 언급한 뒤쪽 창문의 잠금 장치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이미 그 실마리를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동물학 서적과 오랑우탄의 털. 그 두 가지가 창문과 연결된다면.
뒤팽은 말을 마치지 않은 채 다시 침묵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날 밤 그가 이미 거의 모든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뒤팽은 르봉의 체포 소식이 나온 날 이후 며칠 동안 특별히 외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멀리 창밖을 바라보거나, 파이프를 피우며 침묵 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이 무기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나는 알았습니다. 그것은 집중의 침묵이었습니다. 내면 어딘가에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는 상태.
어느 날 저녁, 그는 불현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봉인된 방이라는 전제가 과연 올바른지 다시 따져보아야 합니다. 경찰은 방이 잠겨 있었기 때문에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잠겨 있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며칠 전 뒤팽이 언급한 뒤쪽 창문의 잠금 장치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이미 그 실마리를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동물학 서적과 오랑우탄의 털. 그 두 가지가 창문과 연결된다면.
뒤팽은 말을 마치지 않은 채 다시 침묵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날 밤 그가 이미 거의 모든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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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5장 논리의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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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팽이 마침내 말문을 열었을 때, 나는 그 논리의 정밀함에 압도되었습니다.
그것은 어느 이른 오전이었습니다. 서재에 아침 햇빛이 가득 들어오던 시간이었고, 뒤팽은 커피잔을 손에 든 채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습니다. 마치 혼잣말처럼 시작되었지만, 나는 그것이 내게 하는 이야기임을 알았습니다.
그는 창문부터 시작했습니다. 뒤쪽 창문의 잠금 장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장치의 스프링이 오래되어 제 기능을 잃었다는 것, 외부에서 창문을 닫으면 걸쇠가 저절로 걸리는 구조라는 것. 이 창문을 통해 안에서 밖으로 나간 뒤, 창문을 당겨 닫으면 내부에서 잠근 것과 구별할 수 없다는 것. 경찰은 잠금 여부만 확인했지, 잠금 장치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이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현장을 함께 방문했던 그날을 떠올렸습니다. 뒤팽이 창문 앞에서 유난히 오래 머물렀던 것, 잠금 장치 주변을 손으로 살펴보던 것. 그때 나는 그것이 무엇을 위한 행동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그는 경찰이 보지 않은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사층에서 어떻게 내려갈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뒤팽은 창문 옆의 피뢰침을 언급했습니다. 피뢰침과 창문 사이의 거리. 피뢰침이 지면까지 이어져 있다는 사실. 그것을 타고 내려갈 수 있는 힘과 민첩성을 가진 존재라면 이론적으로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여기서 나는 다시 한번 막혔습니다. 사층 높이의 피뢰침을 맨손으로 타고 내려가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어렵습니다. 성인 남성의 체격으로도 위험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뒤팽은 그 지점에서 오랑우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책에서 읽은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성체 오랑우탄은 성인 남성보다 월등히 강한 근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의 힘만 해도 훈련된 성인 남성의 대여섯 배에 달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나무를 타는 것이 본능적인 이 동물은 수직 표면을 이동하는 것이 특기이기도 합니다. 피뢰침은 그것이 타고 내려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방 안에서 발견된 털이 오랑우탄의 것임을 그는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털의 형태, 길이, 색, 질감이 모두 일치했습니다. 그것은 방 안에 오랑우탄이 있었다는 물적 증거였습니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오랑우탄이 스스로 파리의 골목을 돌아다니며 건물에 침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 데리고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뒤팽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로 그 지점이 목격자 진술과 연결된다고 말했습니다. 거칠고 낮은 첫 번째 목소리. 프랑스어로 사크레와 디아블르를 외친 그 목소리. 그것은 오랑우탄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목소리였고, 프랑스어를 사용했습니다. 그것은 오랑우탄의 주인이었거나, 함께 있었던 인간의 목소리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했습니다.
두 번째 목소리, 어느 나라 사람도 알아듣지 못한 그 높고 날카로운 소리. 여덟 명 모두 다른 언어를 댔지만, 누구도 그 언어를 실제로 알지 못한다고 한 그 소리. 뒤팽은 그것이 오랑우탄의 울음소리였다고 말했습니다. 언어가 아닌 동물의 소리를 처음 들은 사람들이 자신이 연상할 수 있는 가장 낯선 외국어에 빗댄 것이었습니다.
이 설명이 내 머릿속에서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모르그 가에는 두 존재가 있었습니다. 오랑우탄. 그리고 그 오랑우탄을 따라왔거나 함께 온 인간. 오랑우탄은 피뢰침을 타고 사층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안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피뢰침을 타고 내려가 빠져나갔습니다. 창문은 닫히면서 걸쇠가 걸렸습니다. 방은 봉인된 것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오랑우탄이 스스로 침입한 것인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 일을 꾸민 것인지. 인간의 목소리는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뒤팽은 그 질문에 대해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해졌다고도 했습니다. 불가능한 것들을 제거하고 나자, 남은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오랑우탄이 있었고, 그 오랑우탄을 데리고 있던 인간이 있었습니다.
그 인간을 찾아야 했습니다.
뒤팽이 선택한 방법은 직접적이었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발간되는 신문에 짧은 광고문을 게재했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얼마 전 파리 근교에서 성체 오랑우탄 한 마리를 포획했습니다. 소유자라고 밝힐 수 있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오랑우탄은 무사합니다.
나는 그 광고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설령 오랑우탄을 데리고 있던 인물이 신문을 읽더라도, 스스로 나타나리라는 보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도주할 수도 있었습니다.
뒤팽은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상황이 달리 생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인물이 범인이 아니라면 자신의 동물을 찾기 위해 나타날 것이고, 범인이라 하더라도 오랑우탄이 이미 발견된 상황에서 자신이 포함될 수 있는 단서를 미리 관리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뒤팽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랑우탄에 관한 자료를 더 읽었고, 동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오는 선박의 항로와 파리에 기항하는 선원들의 생활 패턴에 관한 기록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파리에서 이국적인 동물을 거래하거나 소지하는 것이 얼마나 흔한 일인지, 그것이 법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도 파악했습니다. 생각이 확인을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그는 항상 그 확인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가 광고에 응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다른 방법도 생각해두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물론이라고 했습니다. 오랑우탄을 소유했거나 최근 소유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찾는 또 다른 방법들을 이미 머릿속에 정리해두고 있었습니다. 선원들이 모이는 술집, 이국적 동물이 거래되는 시장, 외항 선박이 정박하는 항구 근처의 정보망. 그러나 그 방법들을 동원하기 전에, 가장 직접적인 방법인 광고를 먼저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뒤팽의 논리는 단순히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다음 단계를 이끄는 논리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로 이어졌습니다. 추리란 결국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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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6장 위기와 반전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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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실린 지 이틀째 되는 오후,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일반적인 방문객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뒤팽에게도 가끔 지인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문을 두드리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망설이다가 두드리는, 결심이 선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 같은 그런 소리였습니다. 누군가 오고 싶지 않은 곳에 자신을 억지로 데려온 것 같은 소리.
뒤팽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나에게 눈짓을 했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뒤팽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문 앞에는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선원처럼 보이는 외모였습니다. 피부는 햇볕에 구리빛으로 그을려 있었고, 손은 두껍고 거칠었습니다. 눈빛은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는 뒤팽을 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광고를 보았습니다.
뒤팽은 그를 안으로 청했습니다. 남자는 앉았지만 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습니다. 그는 우리 집 안을 한 번 훑어보고, 문 쪽을 흘끗 보고, 다시 뒤팽에게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도망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처럼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리를 지켰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이미 어떤 결심의 표현이었을 것이었습니다.
뒤팽은 그에게 오랑우탄의 소유자인지 물었습니다. 남자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어디서 구했느냐고 묻자, 남자는 말레이시아에서 항해하던 중 데려왔다고 했습니다. 동남아시아 항구에서 선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있었고, 그도 그렇게 얻었다고 했습니다.
뒤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러나 분명하게 물었습니다. 그날 밤 모르그 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겠느냐고.
남자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그는 한동안 말하지 않았습니다. 뒤팽은 기다렸습니다. 강요하지도 재촉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기다렸습니다. 그 침묵 속에서 남자는 천천히 무언가를 결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꺼내기 전, 긴 침묵이 있었습니다. 그는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고, 뒤팽은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창밖으로 파리의 오후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차 바퀴 소리, 어딘가에서 울리는 종소리. 방 안은 그 소리들이 배경처럼 깔린 채 조용했습니다. 마침내 남자가 한숨처럼 말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저녁, 오랑우탄이 우리에서 탈출했습니다. 그는 오랑우탄을 파리 외곽의 셋집 헛간에 가두어 두고 있었는데, 한 순간의 방심으로 문이 열렸습니다. 오랑우탄은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는 황급히 뒤를 쫓았습니다. 오랑우탄은 빠르게 골목을 누비며 도심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모르그 가에 이르렀을 때, 오랑우탄은 이미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피뢰침을 잡고 원숭이처럼 빠르게 위로 올라가는 모습에 그는 경악했습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끌어내리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습니다. 그는 밑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랑우탄은 사층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창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걸쇠를 밀어 열었던 것인지 그는 정확히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오랑우탄이 방 안으로 사라진 것은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는 피뢰침을 타고 뒤를 따라 올라가려 했습니다. 힘겹게 피뢰침을 붙잡고 몸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그가 창문 높이에 겨우 닿았을 때, 방 안에서는 이미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비명 소리, 무언가 부딪히고 깨지는 소리. 그는 창문을 통해 방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광경에 그는 몸이 굳었습니다. 오랑우탄이 폭주하고 있었습니다. 면도칼을 손에 쥔 채였습니다. 그 면도칼은 그가 자신의 방에서 쓰던 것이었고, 오랑우탄이 탈출 전에 집어간 것이었습니다. 오랑우탄은 그것을 다루는 모습을 주인에게서 본 적이 있었고, 흉내를 낸 것이었습니다.
오랑우탄이 면도칼을 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동물이 낯선 환경과 사람들의 공포 반응에 극도로 흥분해 있다는 것이 창밖에서 지켜보는 그에게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오랑우탄의 힘은 인간의 몇 배에 달했고, 한번 흥분 상태에 빠지면 통제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이 동물을 곁에 두고 지켜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앎이었습니다.
그는 창문 밖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오랑우탄을 멈추게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오랑우탄은 이미 광란 상태였습니다. 낯선 환경과 공포에 질린 두 여성의 반응이 동물을 더욱 흥분시킨 것이었습니다. 그가 외친 소리가 사크레와 디아블르였습니다.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외침이었습니다. 이웃들은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방 안의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피뢰침에서 손을 놓았습니다. 도망쳤습니다. 골목을 빠져나와 멀리 달아났습니다. 오랑우탄은 나중에 자신을 따라 셋집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이 여인들을 해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동물이 그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숨긴 채 지내왔습니다. 르봉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죄가 없는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자의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그는 그것을 숨기려는 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공포가 그를 침묵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랑우탄이 저지른 일에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될까봐, 자신도 범인으로 몰릴까봐 두려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그러나 그 침묵이 무고한 사람을 더 깊이 옭아매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계속 괴롭혀왔다고도 했습니다.
뒤팽은 그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습니다. 판단하는 말도, 위로하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차분하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증인입니다.
남자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떨림이 공포만이 아닌, 오랫동안 지고 있었던 짐을 조금 내려놓는 사람의 떨림이기도 하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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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7장 진실의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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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뒤팽은 경찰청장 게랭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이제까지 수집한 모든 증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창문 잠금 장치의 결함. 피뢰침을 통한 탈출 경로. 방 안에서 발견된 오랑우탄의 털. 여덟 명의 목격자 진술에서 드러난 언어적 수수께끼. 그리고 선원의 직접 증언.
게랭은 침묵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표정이었습니다. 오랑우탄이 사건의 주체라는 결론은 그가 지금까지 다루어본 어떤 사건의 논리와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뒤팽이 하나하나 근거를 제시할수록, 그 논리의 빈틈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게랭이 처음 이 결론을 들었을 때의 표정은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뒤팽을 바라보았습니다. 농담을 하는 것인지 진심인지를 가늠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뒤팽의 목소리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하나의 사실에서 다음 사실로, 하나의 논리에서 다음 논리로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이음새들이 모두 맞아 들어갔습니다.
창문의 잠금 장치는 다시 확인되었고, 실제로 스프링이 손상되어 있다는 것이 재검증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털은 다시 분석되었고 오랑우탄의 것으로 재차 확인되었습니다. 선원의 증언은 현장 상황과 모순 없이 들어맞았습니다.
르봉은 석방되었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나왔을 때 그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어두운 곳에 있었던 사람의 창백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왜 구금되었는지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풀려났고, 자신을 석방시킨 것이 무엇인지도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뒤팽을 찾아왔고, 말 없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뒤팽은 그 손을 잡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은 공식 발표를 통해 이 사건의 진실을 정리했습니다. 범행의 직접적인 주체는 오랑우탄이었으며, 동물의 소유자인 선원은 사건 은폐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선원이 직접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당시 극도의 공포 상태에서 도주했다는 점이 참작되었습니다. 그는 결국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오랑우탄은 파리의 한 동물원에 팔렸습니다.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운은 오래 남았습니다.
뒤팽은 사건이 마무리된 뒤 며칠 동안 유난히 조용했습니다. 어느 저녁, 나는 그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이 사건이 가르쳐주는 것은 추리의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경찰은 가능성의 범위를 미리 정했습니다. 범인은 인간이어야 한다고.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탈출 경로는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그 전제들이 수사의 방향을 처음부터 좁혔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진정한 추리는 가능성을 미리 제한하지 않습니다. 사실에서 출발하여 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모든 방향을 열어두고, 불가능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그 끝에 남는 것이 아무리 낯설고 믿기 어렵더라도, 그것이 진실이어야 합니다.
나는 그 말을 노트에 옮겨 적었습니다. 단순한 사건의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게랭은 나중에 뒤팽을 다시 찾아와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는 뒤팽이 없었다면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뒤팽은 그 말에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공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있어 이 일은 올바른 방법으로 생각했을 때의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뿐이었습니다.
르봉이 석방된 날, 우리는 파리의 한 카페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뒤팽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조용히 먹고 마셨습니다. 사건의 해결을 자축하거나 감격해하는 모습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뒤팽다운 면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는 이것이 지적인 문제를 올바른 방법으로 다룬 것이었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모르그 가는 조용해졌습니다. 봉인이 해제된 건물에는 다시 다른 세입자들이 들어왔습니다. 좁은 골목에는 다시 일상의 소리들이 채워졌습니다. 파리는 계속 살아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골목을 지날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이 도시의 어느 잠긴 방 안에도, 논리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은 없다는 것을. 다만 올바른 방법으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필요할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사람이 세상에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뒤팽은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나는 그와 함께한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건의 해결 방법만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문제들, 그것이 범죄이든 인간 관계이든 어떤 선택의 기로이든,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전제 안에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 그 전제가 틀렸을 때, 우리는 막힌 방 앞에서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뒤팽이 가르쳐준 것은 그 전제 자체를 질문하는 용기였습니다. 잠겨 있다고 생각된 것이 정말 잠겨 있는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것이 정말 불가능한가. 이 두 가지 질문이 모르그 가의 수수께끼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질문은, 이 사건 너머 삶의 많은 자리에서도 유효한 것들이었습니다.
파리의 밤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가스등이 빗물에 젖은 돌바닥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골목, 센 강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악기 소리. 이 모든 것 안에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어둠의 자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뒤팽이 있는 한, 그 어둠이 영원히 닫혀 있지는 않을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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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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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이 작품은 1841년 발표 이후 추리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를 탄생시킨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뒤팽은 이후 등장하는 셜록 홈즈, 에르퀼 푸아로, 줄 메그레 등 모든 문학적 탐정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뒤팽이 보여준 분석적 사고, 즉 관찰에서 출발하여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제거하고 진실에 도달하는 방법은,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추리소설의 근본 문법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한 사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의 이성이 어둠을 걷어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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