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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한국형 해상풍력 표준화,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by 제 4의 창 2026. 5. 12.

https://youtu.be/YInNoNExygk

한전기술과 LS전선의 부유식 해상풍력 협력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이며, 글로벌 시장 선점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동맹입니다. 두 회사의 핵심 기술 결합은 ‘원스톱 패키지 모델’을 통해 사업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입니다. 전자신문 경향신문 메트로신문 헤럴드경제 연합인포맥스


1. 협력 배경과 산업적 의미

한국전력기술과 LS전선은 2026년 5월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번 협력은 기획·설계·시공·운영·유지보수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원스톱 패키지 모델’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공급망 자립과 기술 국산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기존 고정식보다 먼바다에 설치할 수 있어 입지 제약이 적고 대규모 발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심해 환경에서 구조물과 케이블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므로 다이나믹 해저케이블과 같은 고난도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이를 개발했으며, 한전기술은 원자력·복합화력 발전소 EPC 경험을 바탕으로 해양 환경 분석과 전력계통 설계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헤럴드경제


2. 협력의 핵심 분야

양사는 세 가지 핵심 분야에서 역량을 결합합니다.

  • 케이블 시스템 설계 최적화 및 안전성 검토
  • 전력 계통 최적화 및 EPC 턴키 수행
  • 스마트 운영·유지보수(O&M) 플랫폼 개발 메트로신문

이를 통해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최소화하며, 해상풍력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3. 시장 전망

  • 국내 시장: 울산 해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수십 GW 규모의 시장이 열릴 전망입니다. 연합인포맥스
  • 글로벌 시장: 유럽, 일본, 미국 서부 해안 등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는 2030년까지 270GW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헤럴드경제
  • 경제적 파급효과: 케이블, 구조물, ICT, 조선·철강 산업까지 연계되어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4. 산업적 의미 요약

이번 협력은 단순한 프로젝트 차원을 넘어, 한국형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구축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 안보 강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그리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EPC 시장 진출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입니다.


 

한전기술과 LS전선의 전략적 동맹 — 바다 위에 세우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대한민국은 전력이 부족해서 산업 발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던 나라였습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발전소를 설계할 기술이 없어 외국 엔지니어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이 2026년 오늘,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들만이 가질 수 있는 첨단 에너지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기술들을 하나로 합쳐 세계 시장을 향해 힘차게 뛰어들려는 두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전력기술과 LS전선입니다.

2026년 5월 11일, 서울 LS용산타워에서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한국전력기술의 김태균 사장과 LS전선의 김형원 에너지 시공사업본부장이 나란히 서서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양사가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추진을 위한 공식 협력 협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단순한 업무 협약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에너지 산업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순간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즉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오디오북에서는, 이 협약이 왜 중요한지, 두 기업이 각각 어떤 힘을 가진 곳인지, 그리고 부유식 해상풍력이라는 기술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드리겠습니다.

먼저 부유식 해상풍력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풍력발전기는 육지에 서 있거나 해변 가까운 얕은 바다 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탑을 바다 밑 지반에 박아 넣고 그 위에 날개를 달아 돌리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고정식 해상풍력이라고 부릅니다. 이 방식은 설치가 비교적 간단하고 안정적이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수심이 너무 깊으면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심 50미터에서 60미터 이상이 되면 고정식으로는 경제성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정작 바람이 세고 안정적인 곳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바다입니다. 가까운 연안은 어민들의 어업 활동이나 선박 항로와 충돌하는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이미 개발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부유식 해상풍력입니다.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띄운 구조물 위에 풍력발전기를 올려놓는 방식입니다. 거대한 부유체, 즉 물 위에 떠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그 위에 터빈과 날개를 얹습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이 바람이나 파도에 밀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저에 닻줄을 연결해 고정시킵니다. 이 방식이면 수심 100미터, 200미터, 심지어 그 이상의 깊은 바다에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강하고 일정하게 부는 먼바다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이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주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특히 동해는 수심이 매우 깊어 고정식 해상풍력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동해 앞바다, 특히 울산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바람이 강하며 연중 풍속이 안정적으로 초속 8미터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부유식 해상풍력의 최적지로 손꼽는 조건을 그대로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울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원자력발전소와 연결된 송배전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발전된 전력을 육지로 끌어오는 데도 유리합니다.

울산에서는 현재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조성 사업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2025년 말에는 해양수산부가 울산 해역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 참여 사업자들이 제출한 해상 교통 안전진단서에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이 본격화하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울산 해역 한 곳에서만 9기가와트, 즉 9000메가와트 규모의 발전 용량을 개발할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제주도 주변 바다에는 무려 200기가와트, 한반도 남동쪽 해상에 위치한 이른바 제7광구에는 260기가와트의 잠재 시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숫자들이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전체 전력 수요가 현재 대략 100기가와트 안팎임을 생각해보면 그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 2030년까지 270기가와트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에 따르면 현재 초기 단계인 이 시장이 2035년까지 연평균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한 전문가는 앞으로 전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 현재보다 3000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나라가 이 시장을 선점하는가를 겨루는 결정적인 시기라는 것입니다.

유럽은 이미 수년 전부터 부유식 해상풍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영국, 포르투갈, 프랑스 등에서 시범 단지와 상용화 프로젝트가 잇달아 추진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전환의 절박함을 절감하며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미국도 서부 해안은 대부분 수심이 깊어 고정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오리건 등지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을 본격 추진 중입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동시에 이 기술을 향해 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단순히 발전기를 물 위에 띄운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발전된 전력을 육지까지 안정적으로 보내는 일입니다. 육지에서 수십 킬로미터, 경우에 따라서는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심해 위를 떠다니는 구조물에서 전기를 뽑아내려면 해저 케이블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고정식 해상풍력의 케이블과 부유식의 케이블은 그 요구 조건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고정식은 케이블이 해저 지반에 고정된 상태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유식은 다릅니다. 발전기를 얹은 플랫폼 자체가 파도와 조류에 따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움직입니다. 바람이 강할 때는 구조물이 크게 흔들리고, 조류가 바뀌면 또 다른 방향으로 힘을 받습니다. 이 구조물에 연결된 케이블도 함께 움직입니다. 굽혀지고, 늘어나고, 비틀리는 과정이 수십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됩니다. 이 상황에서도 케이블은 끊어지지 않아야 하고, 절연 성능이 저하되어서도 안 됩니다. 초고압 전류가 흐르는 케이블이 바닷속에서 한 번 고장 나면, 수리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이 케이블을 다이내믹 해저케이블이라고 별도로 부르며, 일반 해저케이블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 수준을 요구합니다.

전기적 성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계적 하중을 버텨낼 수 있어야 하고, 반복적인 피로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 내구성을 갖춰야 하며, 심해의 수압과 낮은 수온, 강한 조류까지 모든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는 복합 설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입니다. 현재 초고압급 다이내믹 케이블 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유럽의 일부 업체들과 단 하나의 아시아 기업뿐입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LS전선입니다.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이 다이내믹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입니다. 단순히 개발에 성공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그 실력을 증명해왔습니다. 2015년에는 미국 최초의 해상풍력발전 단지인 블록 아일랜드 프로젝트에서 해저케이블 공급과 시공을 턴키 방식으로 완수해 미국 유수의 엔지니어링 언론에서 올해의 프로젝트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또한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의 해상풍력 단지에도 케이블을 공급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개발 선두 기업인 오스테드, 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 등과 손잡고 상용화 1단계 사업 전체를 수주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는 국내 최대 해상풍력 사업인 전남 신안 해송 프로젝트에서도 해저케이블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LS전선의 강점은 케이블 제조에만 있지 않습니다.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이 케이블 설치와 시공까지 담당함으로써, 케이블 제조부터 해저 매설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LS마린솔루션은 국내 해저 시공 기업 가운데 최초로 대만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2025년에는 아시아 최대급 규모의 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생산 설비를 완성하며, 생산 역량을 기존 대비 네 배 이상 확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막대한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차근차근 갖추어온 것입니다.

이제 협약의 한 축인 한국전력기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국전력기술은 1975년, 발전소 설계 기술을 자립하겠다는 국가적 사명을 안고 설립된 기업입니다. 처음에는 미국 기업과의 합작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한국전력의 계열사로 편입되며 대한민국의 발전소 설계를 도맡는 기관으로 성장했습니다. 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이 회사는 국내 거의 모든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설계를 주도해왔습니다. 고리, 한빛, 한울, 신월성 등 대한민국의 원전들이 모두 이 회사의 손을 거쳤습니다.

한국전력기술이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결정적인 사건은 2009년에 있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즉 중동 지역에서 최초로 상용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한국전력기술은 한국형 경수로인 에이피아르1400 설계를 담당하며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미국 엔지니어링 전문지 이엔아르가 발표한 원자력발전 해외 설계 분야 매출 순위에서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할 만큼, 그 기술력은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에서는 화력발전소 설계부터 조달, 시공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피시 사업도 수행하며 글로벌 발전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2025년 이후, 한국전력기술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이라는 기반 위에 재생에너지라는 날개를 달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600메가와트급 해상풍력 사업 참여를 선언했고, 스스로 해양부유식 소형원자로 반디를 개발하는 등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육상 발전소 이피시 사업을 통해 수십 년간 축적한 전력계통 설계 역량과 해양 환경 분석 기술이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발전소 하나를 짓기 위해 수천 가지 부품과 시스템을 통합 설계하는 경험이, 해상풍력 단지의 전력 계통을 최적화하는 데 그대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기업이 왜 지금 손을 잡아야 했을까요. 그 이유는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특성 자체에 있습니다. 이 사업은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발전 구조물의 설계와 안전성, 전력 계통의 최적화, 해저케이블 제작과 매설,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서로 다른 영역의 최고 수준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합니다.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우, 케이블 설계는 처음부터 구조물의 움직임 패턴을 반영해야 합니다. 나중에 케이블 규격을 맞추려 하면 비용과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최적의 시스템이 나오는 것입니다.

LS전선 측은 이 점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설계 단계에서의 참여가 수주 성패를 좌우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처음부터 케이블 엔지니어와 발전소 설계 엔지니어가 한 팀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협약이 단순한 공급 계약이 아니라 설계 연계형 협력 모델을 핵심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두 회사가 합의한 협력의 범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케이블 시스템 설계 최적화 및 안전성 검토를 포함한 초기 엔지니어링 단계에서의 공동 참여입니다. 둘째, 전력 계통 최적화와 이피시 턴키 수행입니다. 즉, 설계, 조달, 시공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셋째, 스마트 운영 및 유지보수 플랫폼 개발과 사업화입니다. 단지가 완공된 이후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합치면 기획에서 설계, 시공, 운영, 유지보수까지 사업의 전 생애주기를 한 팀이 커버하는 원스톱 패키지 모델이 완성됩니다.

이 모델이 왜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현재 글로벌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에서 발주처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수많은 하청과 공급망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케이블 공급업체, 구조물 제작사, 설치 선박 운용사, 발전 계통 설계사 등이 각자 제 역할만 하다 보면 사업 전체의 최적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업체는 다른 업체의 일정에 끌려다니고, 설계 변경이 생기면 도미노처럼 계획 전체가 흔들립니다. 비용은 예상보다 늘어나고, 일정은 지연됩니다.

반면 한전기술과 LS전선이 제시하는 모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팀이 함께 일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이미 케이블 사양이 발전 계통 설계에 반영됩니다. 케이블 설계자와 발전소 설계자가 매일 소통하며 문제를 미리 찾아내고 조율합니다. 이렇게 하면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비용이 줄어들며,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낮아집니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한 창구와만 소통하면 되니 관리 부담도 크게 줄어듭니다.

특히 LS전선은 여기에 더해 자회사 LS마린솔루션과의 연계를 통해 케이블 제조와 해저 시공까지 통합 제공할 수 있습니다. 즉, 설계에서 케이블 제조, 해저 매설, 이후 유지보수까지 모두 LS 그룹과 한전기술의 손에서 일관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종합 역량을 갖춘 컨소시엄은 전 세계에서도 매우 드뭅니다.

이 협약이 단지 기업 두 곳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려면, 더 넓은 산업 생태계를 바라봐야 합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품고 있습니다. 바람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터빈과 발전기는 물론이고, 수만 톤에 달하는 부유 구조물을 만들기 위한 철강과 특수 합금 소재, 그 구조물을 바다 위로 운반하고 설치하는 특수 선박과 중장비, 전력을 육지로 나르는 케이블과 변전 설비, 그리고 이 모든 시스템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디지털 기술까지 수많은 산업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조선업, 철강업, 전기전자 산업이 모두 연계될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열린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전문가가 지적한 것처럼, 기존에 해양 플랜트를 잘 다루어온 기업들은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민국의 조선해양 기업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대형 구조물 건조와 해양 엔지니어링 경험이 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측면에서 보면 한전기술과 LS전선의 협력은 한국의 조선 산업과 해양 플랜트 산업이 재생에너지 시대에 연착륙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이 협약은 대한민국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에 발 빠르게 표준을 만들어갈 기회를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종종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가는 위치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유식 해상풍력은 다릅니다. 아직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대규모 상용화에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기술입니다. 이 말은 지금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과 나라가 앞으로 수십 년간의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LS전선은 이미 글로벌 수준의 해저케이블 경쟁력을 갖추었고, 유럽과 대만, 미국 등에서 실적을 쌓았습니다. 특히 다이내믹 해저케이블 분야에서는 전 세계에서 기술을 보유한 소수 기업 중 하나입니다. 한국전력기술은 반세기에 걸쳐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설계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이피시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이 두 회사가 처음부터 함께 움직이는 통합 모델을 구축한다면, 유럽과 일본의 경쟁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번 협력이 보여주는 것은 기술 국산화의 가능성입니다. 지금까지 해상풍력 관련 핵심 기술 상당 부분은 여전히 유럽산이었습니다. 터빈 기술, 케이블 기술, 부유 구조물 설계 기술 등이 대부분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기업들의 손에 있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해도 핵심 부품과 기술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했고, 비용과 공급 불확실성이 뒤따랐습니다. 한전기술과 LS전선이 협력하는 것은 이 상황을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핵심 엔지니어링과 케이블 기술을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면, 공급망의 자립도가 높아지고 사업 비용과 리스크가 모두 줄어들 것입니다.

LS전선은 이번 협약에 앞서, 2025년에 영국의 해양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 발모랄 컴텍과도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는 국내 기술력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해외 파트너와 채우면서 글로벌 수준의 솔루션을 완성해나가겠다는 전략적 사고를 보여줍니다. 영국 파트너의 부유 구조물 엔지니어링 경험과 한전기술의 발전 계통 설계 역량, LS전선의 케이블 기술이 한 그림 안에서 연결되면, 한국형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우리는 지금 에너지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의 주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만으로 100퍼센트 전력을 조달하겠다는 이른바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운동에 잇달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그 전력의 원천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이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국토 면적이 작고 바람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육상 공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태양광은 일조량의 제약이 있고, 원자력은 안전 문제와 주민 수용성이라는 벽이 있습니다.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바로 먼바다의 강한 바람을 품은 부유식 해상풍력입니다.

2026년 5월, 서울 LS용산타워에서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한국전력기술 김태균 사장과 LS전선 김형원 본부장이 서명한 그 양해각서 한 장이, 대한민국 에너지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단순한 비즈니스 협약 이상입니다. 국산 기술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에너지 자립을 높이며, 미래 세대에게 더 깨끗하고 안전한 전력을 물려주겠다는 대한민국의 선언입니다.

바다는 언제나 거칩니다. 파도는 쉬지 않고 치고, 조류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거친 바다 위에서도 끊어지지 않는 케이블을 만들고, 흔들림 속에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구조물을 설계하는 기술이 지금 이 땅의 기업들 손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바다 위에 세우는 것은 단순한 발전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나라의 기술력이고, 자립 의지이며, 미래를 향한 굳센 발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