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론: 반도체 패키징의 전환점
반도체 산업은 미세공정의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패키징 기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칩을 작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칩을 수직 혹은 수평으로 연결하는 고도화된 패키징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패키징 기술이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오테크닉스는 레이저 기반 장비를 통해 반도체 패키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2. 레이저 기술의 원리와 장점
이오테크닉스의 핵심 경쟁력은 레이저 가공 기술입니다. 레이저는 빛을 특정 파장으로 집속하여 물질을 절단하거나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 파장 선택: 반도체 공정에서는 주로 자외선(UV) 레이저가 사용됩니다. UV 레이저는 흡수율이 높아 미세 가공에 적합합니다.
- 펄스 폭 제어: 펄스 레이저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하여 소재를 순간적으로 증발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열 확산이 최소화되어 주변 영역 손상이 줄어듭니다.
- 출력 파워와 반복률: 출력은 가공 속도와 직결되며, 반복률은 생산성을 결정합니다. 이오테크닉스는 고출력과 고반복률을 동시에 구현하여 대량 생산에 적합한 장비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원리 덕분에 레이저는 기계식 드릴이나 블레이드 방식보다 훨씬 정밀하고, 소재 손상을 최소화하며, 유리와 같은 깨지기 쉬운 기판에도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3. 장비 구조: 광학계·스캐너·냉각 시스템
이오테크닉스의 장비는 세 가지 핵심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 광학계: 레이저 빔을 원하는 크기와 형태로 조정합니다. 집속 렌즈와 빔 확장기를 통해 μm 단위의 정밀도를 확보합니다.
- 스캐너: CAD 패턴을 그대로 웨이퍼에 옮기는 역할을 합니다. 초고속 갈바노 스캐너가 빔을 이동시켜 수십만 개의 TSV 구멍을 정확히 반복적으로 형성합니다.
- 냉각 시스템: 레이저 발진기와 웨이퍼 모두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어합니다. 냉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웨이퍼가 휘거나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냉각은 필수입니다.
이 세 가지 구조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고정밀·고수율·저손상의 가공을 가능하게 합니다.
4. HBM 패키징 공정과 레이저 적용
HBM은 여러 DRAM 다이를 수직으로 적층하여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메모리입니다. 이 과정에서 TSV(Through-Silicon Via)라는 미세 구멍을 뚫어 전기적 연결을 형성해야 합니다.
- 웨이퍼 준비: 얇은 웨이퍼를 안정화시키고 가공 위치를 정밀하게 설정합니다.
- TSV 형성: 레이저 드릴링으로 수십만 개의 미세 구멍을 μm 단위로 뚫습니다.
- 웨이퍼 커팅: TSV 가공이 끝난 웨이퍼를 개별 다이로 절단합니다. 레이저 커팅은 균열과 파티클을 최소화합니다.
- 후속 처리: 다이를 적층하고 레이저 마킹으로 식별 코드를 새겨 생산 추적성을 확보합니다.
이 과정에서 광학계는 정밀한 빔 제어를, 스캐너는 패턴 반복을, 냉각 시스템은 열 안정화를 담당하여 전체 공정의 품질을 보장합니다.
5. 유리 기판 시대와 레이저의 필요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에서는 유리 기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리는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열팽창 계수가 낮아 패키징에 적합하지만, 깨지기 쉽고 미세 가공이 어렵습니다. 기계식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구멍 형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레이저가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이오테크닉스는 유리 기판 드릴링 장비를 통해 차세대 패키징 시대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6. 산업적 의미와 경쟁력
이오테크닉스의 기술 혁신은 단순한 장비 성능 향상을 넘어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기업에 핵심 장비를 공급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경쟁력 확보: 일본과 미국에도 레이저 장비 업체가 있지만, 이오테크닉스는 국내 대기업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 HBM 시대의 필수 인프라: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요구되는 초고속 메모리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7. 결론: 미래 전망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기술은 반도체 패키징의 고도화와 차세대 기판 전환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광학계·스캐너·냉각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장비 구조는 HBM TSV 형성과 유리 기판 가공에서 다른 방식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정밀성과 안정성을 제공합니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이오테크닉스의 기술은 산업 전반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반도체 패키징을 이끈다 — 이오테크닉스 이야기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어딘가의 데이터센터에서는 수천 개의 인공지능 서버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챗지피티에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유튜브가 영상을 추천할 때마다, 스마트폰이 우리 얼굴을 인식할 때마다, 그 뒤에서 작동하는 것은 반도체입니다. 그중에서도 최첨단 인공지능 연산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고대역폭 메모리, 즉 에이치비엠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메모리입니다. 그리고 그 에이치비엠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대한민국에 있습니다. 바로 이오테크닉스입니다.
오늘 이 시간, 여러분께 한국의 한 작은 기술 기업이 어떻게 반도체 세계의 판을 바꾸고 있는지, 그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야기는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봄, 성규동이라는 한 엔지니어가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는 금성중앙연구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대우중공업 기술연구소를 거쳐 코리아레이저라는 곳에서도 일하면서 레이저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습니다. 그가 세운 회사의 이름은 이오테크닉스, 사명에 전자광학을 뜻하는 영문 이니셜을 담았습니다. 레이저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반도체 산업이 막 꽃을 피우던 시절이었습니다. 반도체 칩을 생산하고 나면 칩 표면에 제품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데, 그 당시에는 잉크로 마킹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반도체 구조가 달라질 때마다 마킹틀을 새로 만들어야 했고, 잉크가 번지거나 지워지는 품질 문제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성규동 회장은 여기에서 기회를 봤습니다.
1993년, 이오테크닉스는 세계 최초로 펜 타입 레이저 마킹 장비를 선보였습니다. 틀 없이도 레이저 빔 하나로 어떤 글자와 모양이든 자유롭게 새길 수 있는 장비였습니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공구, 액세서리, 각종 전자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국내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해외에서도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오테크닉스는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1998년에는 필리핀 지사를 열었고, 1999년에는 미국과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세웠습니다. 2000년에는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8월, 이오테크닉스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당시 이미 글로벌 반도체 레이저 마킹 시장에서 점유율 38.9퍼센트를 기록하며 세계 1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2위는 독일의 로핀시나르라는 회사로 37.9퍼센트였습니다. 설립된 지 고작 11년 만에 한국의 벤처 기업이 세계 최강의 독일 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그 후로도 이오테크닉스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4년에는 장영실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베스트 200대 중소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0년에는 7000만 달러 수출탑, 2014년에는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습니다. 코스닥 히든챔피언으로 10년 연속 선정됐으며, 2020년에는 반도체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반도체 마킹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점유율이 90퍼센트, 세계 점유율은 절반을 훌쩍 넘기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이오테크닉스가 단순히 마킹 장비만 잘 만드는 회사였다면, 오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을 것입니다. 이 회사가 진정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 패키징이라는 새로운 전쟁터에서, 세상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수십 년 동안 반도체 성능 향상은 칩을 더 작게 만드는 것, 즉 미세 공정의 발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길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더 이상 작게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업계가 주목하게 된 것이 패키징 기술입니다. 칩 하나를 더 작게 만드는 대신, 여러 개의 칩을 더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쌓는 방식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접근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에이치비엠입니다. 에이치비엠은 고대역폭 메모리라는 뜻으로, 여러 개의 디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들어집니다. 일반 메모리가 데이터를 일렬로 처리한다면, 에이치비엠은 수십 개의 통로를 동시에 열어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합니다. 그 결과 데이터 전송 속도가 일반 메모리보다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빠릅니다.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에 에이치비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에이치비엠 한 개를 만들려면 얇게 깎은 디램 칩 여러 장을 수직으로 정확하게 쌓아야 합니다. 그 칩들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실리콘을 관통하는 미세한 구멍을 수십만 개 뚫어야 합니다. 이것을 실리콘 관통 전극, 줄여서 티에스브이라고 부릅니다. 그 구멍 안에 금속을 채워 위아래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칩 한 장의 두께가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일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그 안에 눈에도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수십만 개 뚫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이 되십니까.
게다가 에이치비엠의 세대가 올라갈수록 칩을 더 많이 쌓아야 합니다. 8단, 12단, 그리고 지금은 16단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칩을 많이 쌓으려면 칩 한 장의 두께를 더욱 줄여야 합니다. 과거에 700마이크로미터에서 800마이크로미터 수준이던 웨이퍼 두께가 지금은 60마이크로미터까지 얇아졌습니다. 8단 제품의 칩 한 장 두께가 50나노미터 수준이고, 12단은 30에서 40나노미터, 16단은 20에서 30나노미터 수준으로 점점 더 종잇장처럼 얇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얇은 칩을 잘라낼 때 기존 방식으로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다이아몬드 날이 달린 블레이드로 웨이퍼를 잘라냈습니다. 그런데 웨이퍼가 이렇게 얇아지면 날이 지나가면서 칩이 깨지거나 금이 가는 현상이 생깁니다. 미세한 먼지 파티클이 발생해 불량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칩이 워낙 얇고 섬세해졌기 때문에, 물리적인 날로 잘라내는 방식은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레이저 스텔스 다이싱입니다. 이오테크닉스가 일본 장비 업체인 디스코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이 시장에 국산 장비로 뛰어들었습니다. 디스코는 삼성전자와 인텔, 대만 티에스엠씨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장비 공급사로 다이싱 시장에서 70퍼센트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절대 강자였습니다. 그런데 이오테크닉스가 개발한 레이저 스텔스 다이싱 장비는 그 독점에 균열을 냈습니다.
스텔스 다이싱이라는 이름이 흥미롭습니다. 군사용 스텔스 항공기처럼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레이저 빔을 웨이퍼 표면이 아니라 내부에 조사합니다. 겉에는 아무 흔적이 없지만, 내부에서는 균열층이 형성됩니다. 그 다음 웨이퍼 뒷면에 붙인 테이프에 압력을 가하면 균열을 따라 정확하게 분리됩니다. 먼지가 거의 나오지 않고, 칩이 깨지는 문제도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날을 교체할 필요도 없어 유지비용도 크게 낮아집니다. 이오테크닉스 관계자의 말처럼, 비접촉 방식이기 때문에 칩핑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고속 가공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오테크닉스는 이 장비를 삼성전자의 에이치비엠 양산 라인에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대에 15억 원에서 20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장비가 에이치비엠 세대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칩이 더 얇아질수록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여전히 기계식 다이싱에 집중하는 사이, 이오테크닉스는 레이저 응용 기술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확보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오테크닉스가 또 하나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레이저 어닐링입니다. 어닐링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소재 표면에 에너지를 가해 물성을 바꾸는 열처리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화로처럼 생긴 오븐에서 웨이퍼 전체를 가열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그런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이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열이 웨이퍼 전체로 퍼지면서 원하지 않는 부분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레이저 어닐링은 빛을 특정 부위에만 정밀하게 조사해 필요한 곳만 순간적으로 가열합니다. 열 확산이 거의 없고, 에너지 효율도 훨씬 높습니다. 이오테크닉스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레이저 어닐링 장비를 개발해 2020년부터 디램 라인에 공급해 왔습니다. 삼성전자가 1제트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공정 비중을 계속 높여가는 상황에서, 레이저 어닐링 장비는 수율을 지키기 위한 필수 장비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오테크닉스의 장비 라인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자르기 전에 레이저로 홈을 파는 그루빙 장비도 있습니다. 이 장비는 파운드리 비메모리 반도체 공정에도 납품이 시작됐습니다. 초미세 홀 가공에 특화된 자외선 레이저 드릴 장비도 있습니다. 유리 기판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용도로 주목받고 있는 장비입니다.
유리 기판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패키징에는 주로 플라스틱 소재의 유기 기판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반도체처럼 집적도가 높고 에이치비엠과 직접 연결되는 경우에는 기판의 성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기존 유기 기판은 면적이 커질수록 휘어지는 문제가 생기고, 고온에서 변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세대 기판 소재로 주목받게 된 것이 유리입니다. 유리는 전기 절연성이 뛰어나고, 열에 의한 변형이 작으며, 고주파 신호 손실도 적습니다.
문제는 유리가 매우 깨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수백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유리 기판에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구멍을 수십만 개 뚫어야 하는데, 기계식 드릴로는 이게 불가능합니다. 조금만 힘이 잘못 가해져도 유리 전체가 산산조각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리 기판 가공에서 레이저는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이오테크닉스의 자외선 레이저 드릴 장비가 바로 이 역할을 합니다. 2024년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독보적인 레이저 드릴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회사에 납품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유리 기판 시대가 본격화되면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드릴 장비 수요는 또 한 번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제 이오테크닉스가 어떤 기술적 원리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레이저는 빛을 특정 파장으로 집중시켜 엄청난 에너지를 특정 지점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특히 자외선 영역의 레이저가 많이 쓰입니다. 자외선 레이저는 흡수율이 높아 소재를 더욱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펄스 레이저는 지속적으로 빛을 내보내는 대신, 매우 짧은 순간에 강력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내보냅니다. 그 시간이 나노초, 경우에 따라서는 피코초 단위입니다. 1나노초는 10억 분의 1초, 1피코초는 1조 분의 1초입니다. 이렇게 극도로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가하면 소재가 순간적으로 증발하면서 주변에 열이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회로나 소재에 손상을 주지 않고 원하는 부분만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오테크닉스 장비의 핵심 구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광학계입니다. 레이저 빔을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렌즈와 빔 확장기를 통해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밀한 빔을 만들어 냅니다. 두 번째는 스캐너입니다. 빔을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며 설계 도면대로 패턴을 그리는 장치입니다. 초고속 갈바노 스캐너가 마치 손가락이 화면을 스치듯 빔을 움직여, 수십만 개의 가공 지점을 정확하게 반복 처리합니다. 세 번째는 냉각 시스템입니다. 레이저 발진기와 웨이퍼에서 발생하는 열을 정밀하게 제어합니다. 냉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웨이퍼가 휘거나 열팽창으로 인해 가공 위치가 어긋나게 됩니다.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고정밀 고수율 저손상의 가공이 실현됩니다.
이오테크닉스가 특히 강점을 가진 부분이 있는데, 바로 레이저 소스를 내재화했다는 점입니다. 많은 레이저 장비 업체들이 레이저 발진기를 외부에서 구매해서 조립합니다. 그런데 이오테크닉스는 레이저 소스 자체를 직접 개발하고 제조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술 경쟁력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장비 전체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춤 대응할 수 있고, 성능 개선도 훨씬 빠릅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이오테크닉스에 대해 "레이저 응용 기술과 레이저 소스 내재화 부문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납니다. 2025년 결산 기준으로 이오테크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연결 매출액이 18.7퍼센트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8.8퍼센트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매출액은 21.4퍼센트, 영업이익은 187.3퍼센트 증가했습니다. 레이저 응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신규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주요 고객사들의 설비 투자 확대가 실적을 견인한 결과입니다.
2024년 주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조 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전체 순위 10위 안에 진입했습니다. 2023년부터 이어진 인공지능 반도체 랠리에서 이오테크닉스 주가는 저점 대비 네 배 이상 뛰었습니다. 작은 레이저 마킹 장비 회사로 시작한 기업이 시가총액 3조 원대의 코스닥 핵심 대장주가 된 것입니다.
이오테크닉스가 공급하는 주요 고객사만 봐도 이 회사의 위상이 느껴집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 엘지디스플레이가 국내 주요 고객사이고, 해외에는 대만의 에이에스이, 유탁 같은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싱가포르, 대만, 중국, 독일 등 전 세계 14개 국가에 현지 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인피니언이라는 반도체 기업에 차량용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레이저 마킹 및 커팅 장비를 꾸준히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꿰뚫는 하나의 핵심 사실이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 레이저가 필요한 이유는 앞으로 더욱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칩은 더 얇아지고, 적층은 더 높아지고, 패턴은 더 미세해질 것입니다. 전통적인 기계식 방식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가 레이저입니다. 그리고 이오테크닉스는 그 레이저 기술을 30년 넘게 갈고 닦아온 회사입니다.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한국이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설계는 미국, 장비는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이나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소재는 일본이라는 구도 말입니다. 그 이야기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오테크닉스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이 반도체 장비의 불모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레이저 마킹이라는 한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한 뒤, 그 기술을 디딤돌 삼아 에이치비엠 시대를 여는 핵심 장비 기업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일본 디스코가 70퍼센트 이상 독점하던 다이싱 시장에 한국 기업이 레이저 기술로 도전장을 낸 것, 일본이 지배하던 유리 기판 드릴링 시장에 이오테크닉스의 자외선 레이저 드릴러가 진입한 것,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레이저 어닐링 장비가 초미세 공정의 수율을 지키는 핵심 장비가 된 것.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레이저 한 길을 걸어온 집념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쓰고,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자율주행차를 기다리는 이 모든 일상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술이 있습니다. 그 기술의 가장 깊은 곳, 머리카락보다 수십 배 얇은 실리콘 위에 빛으로 선을 긋는 그 자리에, 대한민국 기업 이오테크닉스가 있습니다.
1989년 한 엔지니어의 작은 창업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이제 전 세계 인공지능 혁명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에이치비엠이 더 많은 단을 쌓고, 유리 기판이 본격적으로 쓰이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세계 곳곳에 들어설수록, 이오테크닉스가 만드는 빛의 칼날은 더욱 바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반도체 패키징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이유, 오늘 이 이야기가 그 한 조각을 보여드렸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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